라선영 연세암병원 교수 "진행암 전이암 완치에 도전, 오늘도 연구합니다"

박효순 기자

■전이암·진행암도 항암 치료 통해 ‘수명 연장’ 이뤄내

■위암·방광암·신장암 분야에서 글로벌 임상연구 주도

인류는 암 정복의 희망봉을 돌았지만 아직 암 퇴치의 길을 아직 멀다. 한국의 경우 암의 조기 발견에 의한 근치적 절제와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통해 10명 중 7명이 의학적 완치(5년 상대 생존율 70%) 판정을 받는다. 상대 생존율이란 일반인들과 비교한 생존율을 말한다. 그래서 5년 생존율이 100%가 넘어가는 암종도 존재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숫자에서 암이 재발하고, 진단 당시부터 완치가 매우 힘겨운 전이암으로 발견되어 힘겨운 투병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전이성·재발성 암 치료와 연구의 권위자인 라선영 연세대 의대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는 10일 경향신문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첨단 수술과 최신 항암제 개발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2000년대에는 암이 정복되리라 기대했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현재는 암정복이라는 개념보다 ‘암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살아보자’가 치료의 목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라 교수는 “암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암 또한 진화를 하고 있어 암 정복은 우주 여행보다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암 정복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가 무엇입니까.

“암세포는 인체의 세포가 어떤 이유로 비정상의 나쁜 세포로 변한 것입니다. 나쁜 암세포들은 없어야 할 자리에서 계속 자라서 정상적인 장기 기능을 못하게 하고, 다른 장기로 전이해서 그 장기 기능까지 장애를 일으키며, 결국 생명을 위협하게 됩니다. 이러한 암세포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체의 생물학적 특성을 이용하여 계속 나쁜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라선영 교수가 항암치료를 통해 전이암이나 진행암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며 생존하는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라 교수는 경향신문이 전국 병원장·의대학장·의료원장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의료를 이끄는 여의학자들’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항암치료 및 연구·교육 분야의 세계적인 의학자이다. 연세암병원 제공

라선영 교수가 항암치료를 통해 전이암이나 진행암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며 생존하는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라 교수는 경향신문이 전국 병원장·의대학장·의료원장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의료를 이끄는 여의학자들’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항암치료 및 연구·교육 분야의 세계적인 의학자이다. 연세암병원 제공

―최근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의 발전으로 말기암이나 전이암도 장기 생존이나 완치에 도달하는 등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항암치료를 통한 암 정복이 가능할까요.

“우리가 항암제를 사용하면 암세포는 약에 내성이 생기는 세포로 바뀝니다. 또한 주변 정상세포의 도움을 받아 비정상적인 혈관을 만들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게 됩니다. 가장 나쁜 특징은 ‘내 세포이기 때문에 내 몸에 잘 적응해서’ 계속 살아남는다는 점입니다. 현재는 암정복을 장담하기 어렵지만 분자생물학뿐 아니라 AI(인공지능) 등 발전으로 더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법들이 나올 것이고, 점차 암정복에 가까워 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인구 인구 3명 중 1명은 평생 암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게 되면 수술이나 국소적 치료로 완치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많은 경우에 진행성 암으로 진단받습니다. 대부분의 진행성 암은 수술이 기본 치료이고 재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술 전후에 항암치료 또는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다방면 치료를 해도 일부 환자들은 재발을 하고, 진단 당시부터 완치가 불가능한 전이암으로 발견되기도 합니다. 실제 생존율과 직결되는 것은 숨어 있는 미세전이 또는 다른 장기로의 전이라서 전신적인 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러한 몸의 어디엔가 숨어 있고 전신에 퍼져 있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한 치료가 항암치료이며, 효과적이고 안전한 항암치료가 계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라 교수는 항암치료의 이유와 목적에 따라서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수술이 가능한 암의 완치율을 올리기 위해 수술전후로 항암치료를 하는 ‘보조 항암요법’, 둘째 수술이 불가한 경우 수술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시행하는 ‘수술 전 항암요법’, 셋째 완치가 불가능한 재발 및 전이암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유지하며 기대여명을 늘리기 위해 시행하는 ‘고식적 항암요법’이다. 암 환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 ‘항암치료를 언제까지 하나요?’이다. 라 교수에 따르면, 목적에 따라 기간도 달라진다. 암종마다 다르지만 보조 항암요법의 경우는 6개월 전후, 수술 전 항암요법의 경우는 3개월 전후, 고식적 항암요법의 경우는 병이 내성이 생겨 치료가 안되거나 환자가 힘들어서 항암제를 못 이겨서 더 사용이 불가능할 때까지 시행한다. 즉, 전이암의 경우 가능한 오래 치료할 수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암은 병의 진행에 따라 간단히 1기에서 4기까지 나눌 수 있다. 대개 1기는 장기 기능도 보전하며 완치가 가능하고, 2기와 3기는 수술과 다양한 보조요법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4기는 대부분의 암종에서 전신 전이가 있어서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이다. 그러나 4기 중에서도 종양부담이 적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4기부터 여러 장기들에 전이가 되어 장기기능 저하로 전신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말기암까지 다양하다. 즉 모든 4기암이 말기암은 아니므로 무조건 절망할 것은 아니다.

―왜 항암치료를 하나요. 특별히 진행암, 전이암·말기암에 항암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전신에 퍼져있는 암세포를 치료하는 것이 전신 항암치료인데. 먹는 약, 주사 등 다양합니다. 즉 어떤 형태든지 몸 안에 흡수가 이뤄지면 혈행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면서 퍼져 있는 전이암 세포들을 죽이기 위해 사용되는 것입니다. 이런 항암치료는 크게 ‘독성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로 구분됩니다. 항암제 발전의 역사를 보면 우리 몸과 암세포에 대한 생물학적, 분자유전학적, 면역학적 정보를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지능적으로 암세포를 죽이고 조절하게 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즉 항암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줄여서 일상 생활을 영위하며 치료하는 방법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완벽하진 않지만, 또 빠르지는 않지만 점점 진화하는 암세포를 찾고 치료하는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종양이 뇌로 전이돼 항암치료를 받고 종양의 크기가 줄어든 환자(왼쪽)에게 항암치료 전 종양과 비교하며 항암치료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라선영 교수. 연세암병원 제공

종양이 뇌로 전이돼 항암치료를 받고 종양의 크기가 줄어든 환자(왼쪽)에게 항암치료 전 종양과 비교하며 항암치료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라선영 교수. 연세암병원 제공

―독성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의 효능과 특성을 설명해 주세요.

“독성항암제는 지난 60~70년 이상 사용된 항암제로, 분열하는 암세포들을 폭탄처럼 죽이는 약제입니다. 그래서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많이 손상되어 구역·구토, 설사, 탈모 등의 부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이후 암세포의 생물학적 특성을 알게 되면서 약 30년 전부터 개발된 약제가 표적치료제입니다. 말 그대로 암세포에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표적을 찾아 그 표적이 있는 암세포만 죽이는 미사일 같은 약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표적이 없는 암세포들도 너무 많고, 암세포가 진화해서 있던 표적이 없어지기도 하고, 또 내 몸의 정상세포와 비슷한 표적인 경우는 정상세포에 대한 부작용도 생기게 됩니다. 결국 세포를 죽이려고 하면 우리 몸의 어딘가 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다 보니 우리가 세포를 직접 죽이지 말고 암세포 주변의 면역세포를 활용해서 암세포를 죽이는 ‘스파이작전’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한 치료가 면역치료입니다. 즉 면역세포들을 암세포 주변으로 모이게 한 뒤,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암세포들을 면역세포들이 조용히 공격해서 암세포들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중개연구를 많이 하시는데, 어떤 연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각 환자들의 병을 직접 이해하고 치료에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환자들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환자의 암은 표적이 있어 표적항암제에 잘 듣고, 어떤 환자의 암은 면역항암제에 잘 듣는 등 너무 다양합니다. 이러한 특성을 알기 위해서는 각각 환자들의 암세포의 특징을 연구해야 합니다. 즉 환자들의 암조직이나 혈액을 가지고 암세포 및 암환자의 특징을 찾고자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암의 특성을 이해하고자 시작되어 지금은 개인맞춤치료의 재료가 되는 중요한 연구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환자마다 어떤 약이 잘 들을 지를 찾아내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고, 이후 내성이 생기면 어떤 이유 때문에 내성이 생겼는지를 찾아내서 그에 맞는 다른 치료법을 찾게 됩니다. 이런 중개연구와 생명공학기술의의 발전으로 전이암의 평균 생존기간이 5개월에서 5년까지도 연장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전이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항암치료를 할 때 시작하는 설명입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어떤 암이 얼마나 퍼져있느냐를 위한 진단 과정이었으나, 이제부터 하는 검사는 어떤 약이 잘 들을 지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해줍니다. 조직검사와 채혈 과정을 통해 중개연구 기반의 표적을 찾고 그에 맞는 약제를 찾는 맞춤치료의 과정이고, 바로 종양내과의 진단 과정입니다.”

―임상도 바쁜데, 연구에 주력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현재의 표준치료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니까요. 제가 주로 치료하는 전이성 위암의 경우 항암치료를 했을 때 평균 1년 6개월 정도 생존합니다. 20년 전에 평균 10개월에서 겨우 8개월 정도 늘어났습니다. 자녀가 어린 젊은 환자분도, 70이 넘은 어르신들도 1년 6개월은 너무 짧지요. 완치는 안 되지만 각자 환자들이 하고 싶은 일을 더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연구를 합니다. 어떤 약을 쓸까? 이 약은 왜 안 들을까? 간혹 그 환자에서 답이 안 나와도 다른 환자의 병과 치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어서 끊임없이 환자들의 임상 양상과 중개연구를 비교해가며 연구를 하게 됩니다.”

라선영 교수가 위암 합병증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고 상태가 좋아진 환자의 내시경 사진을 보며 의료진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라선영 교수가 위암 합병증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고 상태가 좋아진 환자의 내시경 사진을 보며 의료진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그동안 논문으로 입증된 라 교수님의 연구 실적과 그 연구 실적이 임상에 미친 효과는 어떤가요?

“앞의 설명처럼 중개연구의 일환으로, 진행성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환자들의 조직의 특성을 가지고 치료 방침을 정하는 생물학적 표지자를 이용한 ‘우산형 임상시험’을 지난 7년간 시행해보니, 환자들의 특성에 맞는 약제를 찾을 수 있는 기반을 확립했습니다. 그중 ‘her-2’ 양성 전이위암에서 독성항암제·표적치료제에 면역항암제까지 가능한 약제를 총 동원한 병용요법을 시행하였을 때, 약제수가 많아져도 부작용은 환자가 견딜만 하면서 효과가 아주 향상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기관의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 회사에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시행했고, 중간 분석결과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좋은 결과가 나와서 미국 식약처의 신속승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연구의 최종 결과가 나오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즉, 전이성 위암 중에서도 ‘her-2’ 라고 하는 표적이 있는 환자들은 특성이 달라서 약제병용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그 효과가 매우 커진다는 것을 라 교수팀은 확인했다. 그 후 내성이 생긴 경우에도 기존의 독성항암제·표적치료제에 다른 기전의 표적치료제를 추가한 경우 좋은 성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결과로 실제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이런 중개연구가 임상시험까지 연결되는 과정은 의사들이나 연구자들도 많은 노력을 하지만 좋은 약을 개발하고 있는 제약사의 지원이 필수적이며, 또한 임상시험에 자발적으로 참여를 해주시는 많은 암환자들의 노력과 기여가 있어서 가능합니다.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데 의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좋은 약을 개발해서 많은 암환자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기원하는 많은 팀들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어, 언젠가는 암을 정복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요 전문분야인 위암과 신장암·방광암에서 항암치료의 최근 추세와 성적은 어떤가요?

“저는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위암과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신장암, 방광암을 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우선 위암은 독성항암제가 기반이고 일부지만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역할이 점점 확인되고 있으나, 아직도 전이성 위암의 경우 평균 수명은 2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반면 전이성 신장암은 독성항암제는 전혀 안 듣지만, 표적항암제를 기본으로 면역항암제를 추가했을 때 그 효과가 아주 좋아서 평균수명이 4~5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전이성 방광암은 그 중간입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보는 모든 전이성 암들은 완치가 되지 않는 안타까움이 항상 남아 있고, 그래서 계속 새로운 약제 개발과 ‘효과 있을 환자군’을 찾기 위한 중개연구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이러한 안타까움에서 나옵니다.”

―항암치료에 들어가는, 혹은 항암 치료 중인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모르는게 약이다. 치료는 전문가인 의료진을 믿고 맡기자. 의료진도 환자들의 좋은 치료효과와 결과를 기대하고 같이 기뻐한다. 단지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다. 다른 측면으로, 의사들도 내성이 생기고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속상하고 화나고 어떻게 환자·보호자들에게 잘 전달할까를 고민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음식이나 건강보조식품으로 암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다. 그런 음식이나 식품이 있으면 암센터 그만두고 식품 판매 할거다…. 이런 말들을 실제 진료에서 하고 있고 해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라 교수는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에 대한 과중한 기대와 오해가 있다고 했다. 첫째,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는 부작용은 없이 암세포만 효과적으로 치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다. 표적항암제의 시작은 ‘표적이 있는 암세포만 제거하고 정상 조직에는 영향이 없어 부작용이 없이 효과만 증대될 것이다’ 였다. 하지만 암세포의 기본은 우리 몸의 정상세포가 바뀌어 암세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암세포가 세포성장과 전이에 활용하고 있는 표적은 원래는 몸이 언젠가 필요해서 가지고 있었던 표적이라, 일부는 정상세포에도 숨어있다. 이런 표적을 대상으로 하는 표적치료제는 표적이 많은 암세포에 대한 효과가 주가 되지만, 일부 정상세포에 숨어있던 표적을 공격하여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약한 무기력, 설사, 여드름 정도가 있지만 심하면 갑상선기능 저하, 신장기능 저하, 그리고 심장도 나빠질 수 있다.

“모든 약은 전문의의 감독하에 적절한 용량과 용법으로 사용하여야 하고, 그래서 중간중간에 부작용 관찰을 꼭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암세포를 직접 죽이지 않고 면역세포들이 제거하게 하는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암세포 주위의 면역세포가 활성화가 되어야 합니다. 즉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게 되면 ‘쉬고 있던 군인을 완전무장을 시키고 적군을 물리치라는 명령이 떨어져 사기가 올라간 군인으로 된 것’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 면역세포는 암 주변에만 있지 않고 전신에 퍼져있습니다. 그래서 수는 적으나 일부 무장된 면역세포들이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성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약한 피부 발진에서부터 심하면 심한 폐렴, 심장 기능 저하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역시 면역항암제도 치료하는 과정에 잘 모니터링을 하며 의료진의 관리하에 약이 투여되어야 합니다.”

라 교수가 임상시험센터에서 표적항암제 치료를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 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라 교수가 임상시험센터에서 표적항암제 치료를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 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라 교수는 ‘표적이 있는 암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표적치료제는 완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암세포는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진화한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다가, 일부 세포가 죽지 않고 기절해 숨어있으면서 표현형을 바꿔서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약제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서 다른 약제로 변경을 해야한다. 따라서 치료 후에 죽지 않은 암세포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또 다시 조직검사나 피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몸에 있는 면역세포를 사용하는 것이라 모든 환자, 모든 병에 잘 듣는다는 점도 과중한 기대 중의 하나이다. 면역항암제도 기본적으로 암세포 주변으로 가서 암세포 특이적인 면역반응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이라 표적치료와 비슷하다. 즉 모든 환자와 모든 암이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신장암에서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다고 하나 모든 사람에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위암에서도 일부 환자들은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합니다. 이와 같이 면역항암제도 효과있는 환자와 암종을 찾아 치료하기 위한 맞춤치료를 위해 표지자를 찾기 위한 중개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라 교수는 종양내과, 외과, 소화기내과, 비뇨기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등의 다학제 통합진료를 통해 치료율 극대화와 전인적 의료 실현에 노력하고 있다.

“항암 치료의 한계가 아직도 여전하지만 그래서 도전할 영역이 있는 것이지요. 치료의 한계를 해결하는 것이 연구인데, 환자를 직접 치료하면서 그들의 삶과 고충을 이해하고, 국가와 인종간의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의학의 본령이자 신념입니다.”

경향신문이 발간한 <여의열전>에 따르면, 라 교수는 미국암협회가 지원하는 ‘국제 신임연구자 장학금’을 국내 의사로는 처음으로 받은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장학금은 암 연구를 시작하는 세계의 젊은 연구자에게 제공된다. 1997년 혈액종양내과 분과 전문의를 취득한 라 교수는 이 장학금으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텍사스주립대 암센터에서 중개연구(기초학문과 임상시험을 연계하는 연구 분야)와 신약개발 과정을 배웠다. 실험실에서 기초 연구만 시행한 것이 아니고 실제 임상의로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하면서 미국의 선진 임상체계를 접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항암개발부 및 유수 제약사의 프로젝트에도 직접 참여했다. 현재 연세 송당암연구센터 소장, 대한암학회 상임이사 및 보험정책위원장,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상임이사 및 위암분과장 등으로 연구 및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전국 병원장·의대학장·의료원장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의료를 이끄는 여의학자들’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항암치료 및 연구·교육 분야의 세계적인 의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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