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드 코로나, 감당할 수 있을까요?"···병상 수·의료인력 부족, 대책이 안 보인다

노도현 기자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 전체 병상 수의 10.5%

코로나 환자의 90% 담당…‘태부족’

병상 부족에 인력부족 문제도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소속 간호사 김경오씨(오른쪽)와 A씨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소속 간호사 김경오씨(오른쪽)와 A씨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전체 병상의 10.5%뿐인 공공병원 병상이 90%의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현실에서 ‘위드 코로나’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9개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향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지만 현장의 의료진들은 걱정이 앞선다. 백신 접종으로 중증화율·치명률이 줄었다 해도 방역을 완화해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 덩달아 중환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늘어난 확진자를 무슨 인력으로 대처하느냐다. 이미 세 번의 대유행은 국내 의료대응체계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지만 4차 유행이 지속하는 지금도 현장에서는 변화를 실감하기 어렵다.

정부는 확진자 1만명 수준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 중등증 병상은 하루 확진자 3500명, 중증 병상은 5000명까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인력을 쥐어짜야 가능한데, 앞으로 여력을 두 배 늘려야 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코로나19 전담병원) 소속 간호사 김경오씨와 A씨는 “반드시 의료대응체계를 강화한 상태에서 방역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논의가 시작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경오(이하 ‘김’)=“간호사라면 다들 ‘또 죽어나겠지’ 생각했을 거다. 병상만 없는 게 아니라 인력도 없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를 하면 반드시 확진자가 늘어날 텐데 이를 어떻게 대처할 건지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A=“매 유행 때마다 병상 마련 기준만 있었지 인력기준은 없어서 간호사들이 많이 힘들었다. ‘위드 코로나’로 또 다시 공황 상태가 와도 밑도 끝도 없이 감당하라는 소리로 들렸다.”

-현장에서 보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어떤가.

A=“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백신을 두려워하면서 차라리 코로나19에 걸리는 게 낫다고 한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없는 30~40대들도 코로나19에 감염돼 고유량 산소호흡기를 달고 기관삽관까지 하기도 한다. 기관삽관 기간이 길어지면 욕창 등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런 환자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건강이 무너진 분들이 집으로 돌아가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실제로 본인들도 많이 우울해한다. ‘위드 코로나’를 계획하고 있다면 의료대응체계를 훨씬 더 강화한 상태에서 전환해야 한다. 이런 점은 논의되지 않고 ‘백신 접종률이 높으니 몇명까지 감당할 수 있다’고만 하니 불안하다.”

-이미 지난해부터 의료연대본부 등이 “영웅·천사라고 수식하기보다 사람으로 대우해달라”며 대책을 요구했다. 문제 제기 이후 달라진 게 있을까.

김=“지난해 초 1차 유행 이후 대구에서 감염병동 간호인력기준이 만들어졌다. 의료연대본부는 서울시에도 인력기준을 마련하라고 피케팅, 기자회견, 퍼포먼스를 이어왔다. 그 결과 서울시가 연구용역을 한다고 발표했고, 지난 3~5월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공공보건의료재단과 만나 감염병 인력기준에 대해 논의했다. 근무가 끝나고 나서도 따로 모여 코로나19 병동과 일반병동의 간호행위를 비교한 자료를 만들어 전달했다. 이번에 보건복지부에서 인력기준을 만들 때 이 자료를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으면 현장이 바뀌지 않는다.”

A=“처우와 근무환경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수식어들이 말뿐인 위로라고 생각했다. 복지부가 (노정협의를 통해)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합의안을 내놨다고 들었는데, 뉴스에서만 읽을 수 있지 현장에서 도움되는 것은 없는 상황이다. 언제 바뀌는지 궁금할 뿐이다.”

-다음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가면 분명 확진자는 더 늘어날 텐데.

김=“일단 병상부터 너무 부족하다.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 비중은 전체 병상 수 대비 10.5%밖에 되지 않는다. 이 10.5%의 병상이 코로나 환자 90%를 담당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은 74.6%다. 공공의료 병상을 늘려야 한다. 두 번째로 코로나 환자를 볼 의료인력이 없다.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기 위한 숙련된 간호사 수가 현저히 적다. 지금도 간호사가 없어서 간호사 1명이 맡아야 하는 환자 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환자가 더 많이 늘어난다고 하면 그 환자는 누가 봐야 하나. 또 꾸역꾸역 돌아가겠지만 환자 안전에 굉장히 큰 문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뭐라고 보나.

김=“답은 하나, 인력충원이다. 우라나라 간호사 수가 적지 않다. OECD 평균보다 인구 1000명당 면허를 가진 간호사수가 1.5배 많다. 국내에 40만명의 면허 간호사가 있지만 정작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다들 근무환경이 안 좋아서 떠나간다. 하지만 정부는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간호대학 증설로 숫자만 늘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줄이기다. 의료법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12명으로 정해놓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사문화됐다. 현재 병동에서는 간호사 1명당 환자 12~14명, 많게는 17명까지 보고 있다. 환자가 간호사에게 적절한 케어를 받기 힘들다.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를 법제화하고, 이를 못지키면 처벌하는 등 정부가 병원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나.

A=“간호사도 사람이라 수술이나 사고로 병가자가 종종 나오는데 대체인력이 없어서 남은 인력으로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일손이 부족하니 더 바빠지고, 아픈 사람을 탓할 수는 없지만 아쉬움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아쉬움이 생기는 내 마음을 탓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선 아파서 쉬게 된 간호사도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간호사가 본인이 아플 때는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꿈꾸는 일터는 어떤 모습인가.

김=“마음 편하게 밥 먹을 수 있는 30분의 식사시간, 아프면 당연하게 쉴 수 있는 권리를 갖기 원한다. 응급환자가 생겨 너무 바쁜 나머지 나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눈빛을 못 본 척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죄책감으로 돌아오지 않는 일터가 됐으면 좋겠다.”

A=“이전에도 밥 못 먹는 일은 허다했지만 코로나19 병동에서는 더더욱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 없다. 병동 옆방에서 10분 안팎으로 후다닥 도시락을 먹는데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여유있게 밥 먹고 짧게나마 커피도 마실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

-정책을 짜는 방역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지금은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 만든 정책을 실행할 때다. 하루 빨리 감염병동 간호인력기준안 실행을 위한 간호사 인력 예산 확보하고 병원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

A=“코로나19 병상을 감당하는 의료진들의 수고를 안다면 이제는 제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한다. 해주지 않을 거라면 ‘립서비스’는 그만해달라. 희망고문이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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