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전문가 좌담회

“최악 땐 하루 9만명 확진…방역실패라 여기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나”

글 | 김향미·이창준 | 사진 김기남 기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위드 코로나’ 전문가 좌담회]“최악 땐 하루 9만명 확진…방역실패라 여기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나”

사회적 인식도 병상 등 인프라도 부족
지금보다 늘어도 대비할 수 있는 대책 필요
감염 몇 년 걸쳐 분산시킬지가 핵심
‘백신패스’, 접종자 인센티브가 아닌
미접종자 안전 보장 수단으로 만들어야
재택치료·동네 의원 등 일상적 대응 활용을

정부가 13일 단계적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일상회복위)를 꾸리고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시동을 건다. 정부가 예상한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은 이르면 다음달 둘째 주다. 사실상 4차 대유행의 한복판에서 위드 코로나로 가는 셈이다. 정부가 “단계적·점진적으로” 일상회복을 추진한다고 한 만큼 방역 조치가 한꺼번에 풀리지는 않겠지만, 방역이 느슨해짐에 따라 확진자가 늘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4차 유행이 현 수준으로 지속되면 이달 말 3500~4300명, 악화하면 5000명 안팎까지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으며 위드 코로나로 전환 시 1만명 수준까지 대응할 준비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상회복위 출범을 앞두고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경기도 코로나19 홈케어운영단장),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 김미경 경기 군포시 보건소장이 지난 11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위드 코로나 전환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논의하는 좌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위드 코로나 전환 후 확진자 수가 현 수준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도 “사회적 인식도, 중환자 병상과 같은 인프라도 준비가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하루 확진자 수가 1만명대까지 치솟는 상황을 ‘방역실패’라며 정쟁화하지 않고 받아들일 사회적 인식 틀이 준비돼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거리 두기는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되 백신 접종완료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백신패스’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감염경로·밀접접촉자 등을 추적하는 역학조사의 중요성 및 방법론을 두고는 이견이 있었다. 이들은 보건소 인력 확충이나 역학조사 시스템 개선 등 방역의료 분야에 정부 재정 투입을 늘리고, 종국에는 동네 의원급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

코로나19 유행 전망

정재훈 교수(이하 정) = 단계적 일상회복에 진입한 모든 국가가 확진자가 급증한 양상을 보였고 우리도 동일할 것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들어갔을 때 확진자 규모는 거리 두기의 잔존 효과가 있는지, 또 방역수칙 몇 개를 제거하는지에 따라 효과가 어떨지 몰라서 사실 예측이 불가능하다. 장기 예측모델을 보면 단계적 일상회복을 잘 진행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의 경우, 점진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 내년 말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7000~8000명 정도로 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방역 완화로 즉시 확진자가 늘어 내년 봄에 하루 8만5000~9만명 정도 확진자가 나오는 것이다.

김미경 소장(이하 김) = 이 예측대로라면 내년에 수만명인데, 최근 3000명대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보건소 직원들은 굉장히 힘들었다. 이 예측이 수용 가능한 내용인지 궁금하다.

정 = 델타 변이의 감염재생산지수가 6이라고 보고, 미접종자·돌파감염자 등 감염 위험 인구 규모가 850만~900만명은 될 것이다. 이를 고려해 장기 예측모델을 계산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강한) 방역은 피해를 없앴다기보다 미룬 개념이었다. 이 900만명의 감염을 몇 년에 걸쳐 분산시키느냐, 그리고 그동안 버틸 수 있는 체계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위드 코로나의 핵심이고 앞으로의 관점이 될 것이다.

임승관 병원장(이하 임) = 지금까지는 백신 접종률이 오르면서 시간이 우리 편이었으나 벌써 백신을 처음 맞은 시기로부터 7~8개월이 지나 (백신의) 방어력이 약화하는 시간이 됐다. 거리 두기도 수도권은 4단계로 올리면서 더 강화됐지만 시민들의 실천은 계속될 수 없었다. 아무리 정교한 모델링이 있어도 예측하는 건 어렵고 가치가 크지 않다. 한국은 그동안 계속 예측만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지금보다 줄어도, 늘어도, 비슷해도 대비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는 게 중요하다.

박건희 단장(이하 박) = 위드 코로나 논의할 때 ‘높은 발생률을 감당할 것이냐, 낮은 발생률을 유지할 것이냐’란 중요한 질문을 빠뜨리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확진자 추적관리를 못하면 금방 확진자 2만~3만명이 될 것이라고 본다. 발생률이 높아지면 아무리 위중증·치명률 수치가 낮아져도 중환자나 사망자 수가 늘어난다. 접종률만 올라가면 중증환자가 줄고 재택치료와 중환자실이 조금 준비되면 2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실현이 어려운 메시지가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홈케어운영단장,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미경 군포시 보건소장,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홈케어운영단장,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미경 군포시 보건소장,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

거리 두기는 어떻게

임 = 단계적이라는 말을 쓰려면 작년부터, 적어도 올해 초부터 논의가 나왔어야 한다. 한국 사회 구성원 대다수는 위드 코로나 담론을 ‘백신 접종률이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인내하면 (갑자기) 위험이 감소하고 확진자는 줄어드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래서 거리 두기도 풀고 자영업자 영업하고, 애들 학교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덴마크 등 북유럽은 지난해부터 백신 접종률과 별도로 학교 먼저 개방하고 그린패스 도입하면서 사회의 수용력을 계속 높여왔다. 백신패스 도입을 두고 논쟁하는데, 먼저 ‘덴마크는 어떻게 그린패스를 수용했을까’라고 물어야 한다. 이런 것은 과학기술로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사회체제의 일이다. 하루 확진자 5000명이나 1만명을 관리할 수 있는지, 그걸 받아들일 인식체계가 있는지 짚어야 한다. 그걸 ‘방역실패’라 부르지 않고, 정쟁화하지 않을 만한 사회적 인식 틀이 있는가도 중요하다.

정 = 유럽이나 미국처럼 높은 유행 수준이 있었던 나라와 대만, 한국, 호주, 뉴질랜드처럼 상대적으로 방역이 잘된 나라들이 있다. 덴마크가 굉장히 잘된 것 같지만 코로나19로 전 국민의 0.04%가 죽었다. 심각한 피해를 치렀던 나라들과 우리의 단계적 일상회복의 방식은 같을 수 없다. 백신패스는 인센티브라고 하는데, 성인인구 90%가 적용받는 건 인센티브가 아니다. 백신패스는 거리 두기 완화를 위한, 미접종자 안전을 보장하는 수단이라고 (정부가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재정지원, 인력 충원 등에서 소극적인 ‘작은 정부’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일상회복에 있어서는 ‘큰 정부’의 역할을 해야 한다.

박 = 중앙정부는 작은 정부였을지 모르지만 지자체 공무원들은 ‘갈아넣어지고’ 있을 정도로 큰 정부 역할을 했다. 해외에선 ‘한국은 이미 위드 코로나 아니냐’고 할 만큼 일상을 유지한 부분도 있는데, 이것은 지역 공무원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누리기 어려웠다고 본다. 앞으로 거리 두기를 지속한다면 일부 피해가 집중됐던 소상공인이나 취약집단에 보상을 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역학조사·재택치료는 어떻게

김 = 보건소의 주요 역할이 역학조사다. 보건소 현장에서 보면 하루 2000명 나오는 것까진 수용 가능하다. 5000명은 어렵다. ‘이 고비만 넘기면 되겠지’라고 버틴 게 2년이 다 됐다. 정말로 하루 5000명 이상 나와도 된다고 하려면 보건소에 현재 있는 인력의 2~3배 충원이 돼야 한다.

정 = 역학조사는 기본적으로 어디서 걸려왔는지를 알아내고, 그다음에 조치를 하는 것의 결합이다. 그런데 지금은 감염원까지 확인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본다. 역학조사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문서작업 등의 자동화, 간소화 시스템을 정비해줘야 한다.

박 = 중환자 급증을 막기 위해서는 더 좋은 백신과 먹는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1년이든, 2년이든 낮은 발생률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군·구 보건소의 역학조사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보건소 없는 일상회복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임 = 델타 변이는 진단 후 격리 조치가 실행되기 전에 전파를 시키기 때문에 역학조사의 시효가 다 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 효과를 물었다면 이제 효율의 문제다. K방역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력하는 만큼 비례해 성과가 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잘 가려내야 한다.

김 = 현장에 있는 직원 대부분이 20~30대 여성들인데 심리적 불안 때문에, 또 체력이 떨어져 모두 약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다. 더 이상 버티라고 하기에 안타깝고 위태롭다. 무증상·경증 환자의 생활치료센터나 병원 재원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단축하고 3일은 자가격리로 돌렸는데, 이분들이 퇴소 때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 보건소 이송업무가 오히려 늘었다. 아직은 재택치료보다 병원 이송을 원하는 분들도 꽤 많다.

임 = 경기도에서 재택치료를 처음 준비한 게 지난해 9월인데 법령이 개정되지 않고 지침이 제시되지 않아 시행을 미루다 올 3월 시작할 수 있었다. 지자체에서도 이 정도 시간을 들여 준비했다.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좋은 말로 속도전이지만 성급하게 진입하고 있다. 나타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서비스 제공자(병원·보건소 의료진)들의 소진 문제와 서비스 대상자의 건강관리 오류 위험이다.

의료대응체계의 준비·전환

박 = 재택치료는 급하게 진행됐지만 일단 경증·무증상 환자는 이상이 있을 때는 이송할 병원이 있다. 하지만 중환자실은 한번 부족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단순히 시설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팀(인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 지금까지 중등증·경증 환자는 공공병원에서 도맡았고 중증환자는 민간병원에서 감당하는 부분이 늘었다. 그것도 거의 징발이었다. 민간병원 입장에선 1.5%라고 하면 작아 보이지만 어느 병원에선 전체 중환자 병상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병상이 코로나19 치료에 동원되면, 같은 병실 중환자 병상도 다 비워야 한다. 그래서 반발이 심했고, 다른 질환 중환자가 못 들어가는 문제도 생긴다. 중환자 병상 문제는 뾰족한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의 속도 결정이 중요하다.

임 = 구조적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위험 인식 때문에) 격리해제된 중환자가 같은 병원 내 일반 병상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또 병상 확보는 계획경제 같은 면이 있다. 병원 규모에 따라 중환자 병상과 일반 병상을 병원별로 따로 동원한다. 그러면 환자가 증상에 따라 병상을 옮길 때 먼 거리를, 때로는 50~100㎞ 넘게 병원을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폐렴 환자가 치료받듯이 각 병원에서 일반·중환자 병상 간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박 = 일상적인 감염병 대응체계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1차 의료기관, 동네 의원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도 하고 이상반응 검사도 하고 진단검사도 해야 한다. 확진되면 집에 있다가 흉부촬영이나 피검사든 추가 진료를 받고 병원에 가든지, 재택치료를 하든지 결정하는 식으로 가는 것이다.

임 = 거기까지 가는 동안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감염 위험에 대한 인식체계를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부드러울 수 있는지, 또 얼마나 걸릴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K방역이라고 불리는 철저한 방역이 아주 큰 성과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로 진입하는 데 있어서 장벽이 될 수 있다.

방역·의료에서 논의 확장해야

박 = 코로나19로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 등이 비인권적이고 감염에도 취약하다는 걸 알게 됐고 목소리가 작은 분들, 이를테면 이주민이나 재가 장애인 등이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일상회복을 위해선 이런 걸 개선하기 위한 것도 논의해야 한다.

임 = 보건의료적 피해와 그 바깥쪽 피해에 대해 균형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람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를 봤지만 위드 코로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자는 것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걸 자각할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식도 다르고 태도도 다르고 수용성도 달라질 거다.

김 = 보건소 입장에서도 작년 코로나19 대응을 하면서 필수업무는 하고 있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사업을 못하고 있다. 보건소가 감염병 대응과 함께 어두운 구석에서 필요한 일,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 = 방역을 보는 사람으로서 사회경제적 피해를 잘 모를 수 있고, 반면에 방역 현장 밖에 있는 분들은 얼마나 사람들이 죽어갈지 모를 수 있는 거다. 예전에는 방역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배려했다면 방역을 완화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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