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판에 ‘병상 대란’ 또 오나

이창준 기자

하루 5000명 확진에도 버틴다더니…수도권 코로나 병상 포화

돌파감염 증가와 방역 완화 속도조절 실패로 위중증 환자 급증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 보름여 만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은 포화 상태에 근접해가고 있다. 정부는 당초 하루 확진자가 5000명까지 발생해도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는 병상을 확보했다고 했지만, 2000~3000명 수준에도 의료체계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지난 3차 유행 때처럼 병상 대기 중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위드 코로나 전환 후 유행이 급증한 해외 사례 등이 있었음에도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방역 완화의 속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추가접종(부스터샷)이 본격화되더라도 면역 형성 기간까지 고려하면 향후 2~3주가 고비라고 보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의 중환자 및 준중환자 병상의 가동률은 76.6%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이날 발표한 주간 위험도 평가 기준상 ‘긴급평가’(중환자 병상 가동률 75% 이상)를 실시해야 하는 수준이다. 특히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0%를 넘어섰고, 인천의 준중환자 병상은 이미 가득 찼다. 일상회복 조치를 시행한 지 채 3주도 되지 않아 의료체계는 위기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는 백신 접종 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백신 효과가 감소해 고령층 돌파감염자가 증가한 데다, 일상회복 이후 미접종자의 방역수칙이 대폭 완화되면서 위중증 환자 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한 주(11월7~13일)간 위중증 환자 수는 하루 평균 447명으로 전주 대비 2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확진자 수는 2153명에서 2191명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는 하루 확진자 기준 5000명까지는 병상 대응이 가능하다고 자부했지만 확진자 대비 위중증률이 급증하면서 그 절반 수준의 확진자 발생에도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 5일과 12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추가로 중환자 병상을 마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내다본 결과라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한동안 위중증 환자 수가 낮게 유지됐던 까닭에 정부가 중환자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데다 고령층의 부스터샷도 크게 서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돌파감염이 이렇게 중요할지 고려하지 못한 정부의 판단 실수”라며 “백신을 먼저 맞힌 서유럽에서 확진자나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적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 영업 시간을 한번에 완화하는 등 (방역 완화의) 속도 조절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병상 부족 상황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일상회복 과정에서 확진자 규모가 늘면 위중증 환자 수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부스터샷을 서두르고 실질적인 병상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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