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접종 청소년 차별없다던 정부, 두 달 만에 "학습권보다 감염보호"

이창준·이호준 기자
4주간의 강화된 방역대책 시행 첫날인 6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무교동 음식거리에서 방역패스 확인 및 인원 조정이 시행되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적 모임은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수도권 6인, 비수도권 8인까지만 가능하고 방역패스 적용 시설은 기존 5종에서 식당과 카페를 포함한 16종으로 늘어난다./ 김기남 기자

4주간의 강화된 방역대책 시행 첫날인 6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무교동 음식거리에서 방역패스 확인 및 인원 조정이 시행되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적 모임은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수도권 6인, 비수도권 8인까지만 가능하고 방역패스 적용 시설은 기존 5종에서 식당과 카페를 포함한 16종으로 늘어난다./ 김기남 기자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는 “방역패스는 청소년을 감염 위험에서 보호하는 가치가 더 크다”며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6일 밝혔다. 그러나 학습 공간인 학원과 독서실, 도서관 등이 방역패스 대상이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자 학습권 침해’ ‘사실상 접종 강요’라는 반발 움직임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불과 두달여 전 청소년 백신 접종을 ‘자율 선택’에 맡겼던 정부가 충분한 설명없이 이를 사실상 ‘강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 추진이 이같는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한 이를 중심으로 청소년 집단이 대규모 집합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감염 위험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부터의 보호라는 가치가 청소년의 학습권보다 공익적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내년 2월부터 식당·카페·학원·도서관·독서실 등을 이용하는 먼 12~18세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는 정부 계획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설명이다.

당초 청소년 백신 접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개개인 선택에 따른 ‘자율 접종’에 가까웠다. 청소년 연령층은 백신 접종 이득이 그 위험보다 크게 높지 않아 접종 당사자인 청소년과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9월27일 “기저질환이 없는 12~17세 소아·청소년에게 (접종) 이익이 위해보다 더 높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익이) 압도적인 상회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백신 접종을 추천하되 무조건 맞으라고 추천하는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지 그 결정은 존중돼야 하고, 그 결정에 따른 낙인이나 차별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 10월18일 청소년 접종과 관련해 “부모님과 잘 협의해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며 접종 여부에 대한 선택을 개인에게 맡겨둔 상태였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 이후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이 심각해지자 ‘자율 접종’은 ‘권고’→‘강력 권고’를 거쳐 두달여 만에 사실상 강제로 바뀌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1주일간 전국에서 학생 3948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하루 평균 564명으로 11월 기록했던 하루 평균 최다 규모인 484.9명을 100명 가까이 넘어섰다. 오는 1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소아·청소년 ‘집중접종 주간’을 앞두고 교육 당국은 이날부터 학교 단위 접종 사전 수요조사에 나섰다.

문제는 정부가 이처럼 청소년 백신 정책을 판이하게 바꾸면서도 청소년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방역패스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알리고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충분한 소통 없이 ‘코로나19 상황 탓에 무조건 맞아야 한다’고 강조하면 오히려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위험에 대한 정서적 속성에 공감하지 않고 ‘의료체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만 말하면 개인에게는 오히려 접종에 대한 이득보다 위험이 더 강조될 수 있다”며 “아직은 국민 인식 측면에서 시간과 정보가 더 필요한 것으로, 정부 독립기구인 코로나19 백신안전성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청소년 접종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점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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