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세스바이오 "제약바이오 거쳐 종합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박효순 기자

■엑세스바이오 최영호 대표 인터뷰(하) 창립 20주년 비전

“높은 데로만 향해서는 끊임없이 경쟁을 해서 누굴 이겨야 되는데, 낮은 데로 향해서 가면 내가 베풀 수 있잖아요. 높은 데는 <오징어게임>에 나오듯이 서로 죽이고 누구를 넘어뜨려야지 살 수 있어요. 근데 밑에는 자리가 너무 많아요. 근데 여기에 너무 관심들이 없어요.”

세계적인 진단시약 기업인 엑세스바이오 최영호 대표이사(58, 웰스바이오 공동대표)는 지난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밑에서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잘 다져서 올라가는 모습들을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고 싶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마이너들’과 한국의 과학자들이 합쳐서 만든 회사(엑세스바이오)가 인정을 받고, 계속 가고 있는 모습이 하나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제일제당 연구원을 거쳐 프린스턴 바이오메디텍(Princeton BioMeditech)에서 바이오 경력을 쌓은 후 2002년 엑세스 바이오를 창업했다. 진단키트 분야의 30년 이상의 연구경력을 기반으로, 말라리아 진단키트(진단도구) 부문에서 엑세스바이오를 세계 1위로 키웠다.

엑서스바이오 최영호 대표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창립 20주년의 비전을 밝히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엑서스바이오 최영호 대표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창립 20주년의 비전을 밝히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는 등 공공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갔고,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진단키트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엑세스바이오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체외진단 기업으로 이끌고 있다. 내년 2022년에 창립 20주년을 맞아 최대 주주인 팜젠사이언스와 자회사인 웰스바이오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본격 도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창립 20주년이면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나 혼자 점프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좋은 발판이 필요하고, 이 발판이라는 건 ‘세계 경제와 시장의 흐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회사를 시작할 때 꿈꿔왔던 거는, 원격의료 시스템이라는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한 환자의 관리를 많이 강화한다’는 개념이었어요. 거기에 필요한 기술의 제일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현장진단(POCT)이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그 기술의 보편적인 사용이 굉장히 당겨졌습니다. 비대면 진료(온라인 진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각 나라들마다 거기에 대한 규제를 풀어나가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헬스케어 시스템이 어쩔 수 없이 디지털로 가게 되는 분위기라는 말씀이군요.

“중증 환자들은 의료시스템으로 관리하고, 경증 질환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서비스를 받는 구조로 향후 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게 저의 1차적인 생각이고요. 더 나아가서 이제 ‘종합헬스케어를 해내는 기업이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팜젠사이언스와 손을 잡고 제약쪽, 특히 바이오제약을 중심으로 해서 백신 및 백신플랫폼 등의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을 이루는 기반을 지금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 마곡산업단지내 웰스바이오(엑세스바이오 자회사) 대표실에서 최영호 대표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서울 마곡산업단지내 웰스바이오(엑세스바이오 자회사) 대표실에서 최영호 대표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말라리아 진단시약 분야에서는 엑세스바이오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힙니다.

“말라리아를 비롯한 열대 전염병들은 이제 대량으로 발생합니다. 그리고 계절성도 이제 강한 편입니다. 열대 지역인 아프리카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잘 살지 못하는 나라들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품질 좋은 걸 소량으로 만들고 비싸게 만드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에요. 하지만 저소득 중소득 국가에서 편안하게 쓰일 정도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술력을 인정받는 지표입니다. 제품을 같은 품질로 지속적으로 만드는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초기에는 공장 현장에 들어가서 제 눈으로 제품을 100% 다 검사를 했어요. 백만 개 중에 하나가 잘못되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백만 개 중 하나가 한 생명이 될 수도 있잖아요. 제품이 잘못되면 앞으로 회사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 정신을 아직도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엑세스바이오는 어떻습니까.

“현실적으로는 저희가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쓰잖아요. 이걸 줄여나가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고 실은 구상도 오래 해왔었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을 친환경 생분해성 재료로 전환하는 작업도 이미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활발해지면 엑세스바이오가 갖고 있는 POCT 등의 인프라가 더 각광을 받을 것입니다. 의료의 상당부분이 엄청난 친환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바뀌게 되거든요. 이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것은 어떤 진단을 잘하는 기업이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의사들만이 하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인 산업이 다 참여를 하는 겁니다. 우리가 ‘플라스틱 몇 개를 절감했다’ 라는 개념보다는 ‘전체 시스템, 전체 헬스케어 시스템이 함께 같이 가는’ 어떤 친환경적인 산업을 창출해내는 게 더 중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지난 시간을 반추하면 감회가 새로우실 거 같습니다.

글로벌 진단 기업에서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엑서스바이오 최영호 대표 우철훈 선임기자

글로벌 진단 기업에서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엑서스바이오 최영호 대표 우철훈 선임기자

“거의 홀홀단신으로 미국에 간 것이 딱 31년 전이네요. 1990년도에 건너가서 선진 진단기술을 배우고, 또 거기에서 적지 않은 기여를 한 후에 20년 전에 창업을 했어요. 많은 업앤다운(부침)을 거쳤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회사를 이끌어냈습니다. 요즘 한국의 젊은 기업인들이나 젊은 층들이 많이 힘들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제가 나갈 때에 비해서 해외로의 진출이 많이 약화된 것 같아요. 인재들이 국내에 많이 머무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국내 경쟁이 굉장히 심화되고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한국의 젊은 인재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해외로 나가보지 않기 때문에 겁이 나는 거고, 겁이 나기 때문에 또 안 나가가는 그런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아프리카를 가봐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나보다 잘 사는 나라에 가면 내가 기여할 게 별로 눈에 안 띄는데요, 조금 못한 데를 가면 내가 채워줄 게 많이 있습니다. 기회를 선진국을 통해서 배우고 창출하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회를 채워주는 곳을 계속 찾아가면서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회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흘러가는 것도 있지만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흘러갈 때 더 역동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엑세스바이오가 그런 면에서 젊은 인재들이나 젊은 기업인들에게 새로운 통찰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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