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위기일수록 전문가 의견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안 들어”…거리두기 완화한 정부·여당에 직격탄

민서영 기자

“방역은 심리 문제…거리두기 완화 논의 자체가 실패”

“요양병원은 초토화 상태…사망자 많아 병상 남는 것”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한테는 ‘오미크론 별 것 아닌가 보네’ 같은 신호를 준다”며 “완화는 살짝 하면서 심리적 영향은 더 크게 주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18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위기가 될수록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안 듣는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 거리두기 완화에 반발해 지난 16일 전격 사임했다. 이 교수는 “요양병원·요양원은 초토화된 상태”라며 “많이 돌아가시니 중환자실이 남아도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그는 “질병관리청·보건복지부 의견(거리두기 완화 신중론)이 당·정에 의해 계속 묵살당하니, 제가 이렇게 반발해 노이즈라도 만들면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일상회복지원위 방역의료분과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데 병원 현장 상황은 어떤가.

“우리 병원만 해도 직원이 1800명 정도 되는데 하루에 10명 정도씩 확진되고 있다. 특히 외과 교수 직군의 경우 (확진돼) 못 나오게 되면 수술 진행이 안 된다. 내과 레지던트 8명 중에도 4명이 확진돼서 일주일 동안 근무를 하지 못했다. 레지던트들이 없으니까 입원 환자도 충분히 돌보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신규 확진 규모가) 5만~10만명일 때 이 모양이었는데, 20만~30만명 되면 엄청날 거라고 본다.”

-중환자실 가동률은 양호하지 않나.

“오늘(18일) 위중증 환자가 400명이 넘었는데 황당한 건 사망자가 71명이다. 위중증 환자 숫자에 비해 사망자가 많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감염됐다 하면 거의 다 돌아가신다. 많이 죽어서 중환자실이 남아 도는 거다. 지난해 11~12월 델타 유행 때는 40~50대가 많이 감염돼 치료를 오래 받으니까 누적 위중증 환자가 많아졌다. 지금은 주로 70~80대 요양병원 환자들이 집단감염 돼 웬만하면 돌아가시니까 병실 회전율이 빨라 별로 안 차는 것 같지만, 사실 요양병원·요양원은 거의 초토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오늘도 요양병원에서 우리 병원으로 전원 온 환자 4명이 돌아가셨다.”

-위중증 환자 정점은 언제, 얼마라고 예측하나.

“대부분 확진자가 20만~30만명 정도 되면 위중증 환자는 1500~3000명, 많게는 4000명까지 발생한다고 예측한다. 위중증 환자는 3월 말에 엄청나게 늘어날 거라고 본다. 문제는 이런 수학적 모델링 자료가 거리두기 완화가 안 됐다고 가정한 시나리오기 때문에 정점이 더 빨라지고 더 크게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한 건 어떻게 보나.

“방역이라는 게 심리가 중요한데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한테는 ‘진짜 오미크론 별 것 아닌가 보네’ 같은 신호를 준 거라 문제라고 본다. 막상 거리두기 완화를 제대로 한 것도 아니라서, 살짝 했는데 심리적 영향을 더 크게 주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다. 국민들은 오히려 한 쪽 방향으로 명확하게 가 유행 상황이 안정되기를 원하는 여론이 더 크다. 지금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있지 않나. 이게 오히려 정부 방역의 효용성에 대해 물음표를 주는 거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을 그만 둔 이유도 거리두기 완화에 반발한 차원이었나.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의견이 당·정에 계속 묵살당하니까 적어도 제가 반발해서 이렇게 ‘노이즈’라도 만들면 이게 문제라는 건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부에 강하게 반발한 게 일상회복지원위 방역의료분과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 저한테는 자문위원 자리가 가장 상징적인 자리였기 때문에 감염병 전문가로서 안 할 수 없는 얘기들을 강하게 어필하는 수단으로 삼은거다.”

-최근 고위험군 중심으로 검사·치료체계 전환한 건 어떻게 평가하나.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병은 독감이 아닌데 환자가 너무 많이 발생하니까 독감처럼 환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거다. 문제는 정부가 커뮤니케이션의 기조를 바꿔서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했어야 했는데, 아직도 정부가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사인을 국민한테 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자율 격리인데도 일반 확진자를 ‘일반관리군’이라고 명명해버리니까, 국민들한테 ‘관리군인데 왜 아무것도 안 해줘?’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게 된 거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증상이 경미해 일부에선 독감 같다고도 하는데.

“백신을 맞았거나 이미 걸렸던 사람한테도 감기 수준은 아니다. 돌파 감염돼 걸린 분들도 정말 며칠 꼬박 앓는다. 일반인한테도 독감 수준은 아니고 고령층, 미접종자한테는 독감보다 2~5배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 독감 같다는 얘기는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 대응은 독감처럼 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병은 독감 같은 게 아니니까 훨씬 더 주의해야 한다.”

-2년 넘게 방역 전문가로 활동해오면서 가장 답답했던 점은.

“위기가 될수록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안 듣는다. 일상회복지원위도 만들라는 얘기를 전문가들이 (지난해) 5월부터 했는데 10월에 간신히 만들고 오미크론 대비하면서 유명무실 자문기구로 전락했다. 현안 때문에 너무 바쁘니까 전문가 의견을 들을 겨를도 없는 건 이해 된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에 한시적인 직위를 줘서 일종의 TF 형태로 같이 정책을 만들자고 계속 얘기했는데 듣지 않고 자문 회의만 거친다. 자문 받는 시간 자체가 아까우니까 바쁘면 바쁠수록 자문을 안 받게 되는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병원을 지킬 것이고. 위기 상황에 있는 중소병원들을 자문하는 역할을 주로 할 거다. 3~4월에 요양병원 20~30군데 방문해 컨설팅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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