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만 외친 윤 대통령 취임사···복지·노동·교육·기후위기 비전은 하나도 없었다

김향미·이혜리 기자

국정 비전 없고 성장만 강조

양극화·불평등 가속화 우려

‘집단 갈등’ ‘반지성주의’ 언급

노동계, 노조 혐오 시각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자유 시민으로서의 존엄한 삶”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복지·교육·노동·환경·성평등 등 각 영역에서 어떤 비전을 갖고 국정 운영을 할 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 양극화, 빈곤 등을 주어진 과제로 지목하면서도 단순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그 해법으로 성장만을 강조하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선 오히려 양극화와 불평등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 ‘반지성주의’ 등이 노조의 쟁위행위를 염두에 둔 프레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전 세계가 직면한 난제로 “팬데믹 위기, 교역질서의 변화와 공급망의 재편, 기후변화, 식량과 에너지 위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의 후퇴” 등을 언급했다. 또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비전이나 정책 방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 전 취임사에서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겠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양극화 해소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담았던 것과 대비된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도 취임사에서 “국민맞춤형의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을 언급하며 복지와 교육을 강조했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과학과 기술, 혁신에 의한 도약과 빠른 성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고 사회 이동성이 제고돼야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성장만 앞세워선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임금격차,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 출발선이 달라 사회진입 문턱에서 좌절하는 청년 문제, 구조적 차별, 기후위기 등을 해결하기 어렵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한국사회가 성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빈곤과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는데 재분배와 분배의 측면을 고려한 언급은 없다”며 “국정과제를 봐도 사회보장제 개혁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성장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같은 인식은 양극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노동계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반지성주의”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 등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노조 혐오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노조의 쟁의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것인데 (윤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사용자 입장에서 강성노조 프레임을 언급해왔다”며 “반지성주의도 그러한 프레임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만큼 그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우려가 제기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일방적으로 개악할 경우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노동계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강조한 자유가 ‘시장의 자유’를 의미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특히 교육 부분에서 자유의 강조가 자칫 ‘교육을 시장화할 자유’, ‘자유로운 선택권 보장을 위한 귀족학교 부활’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교육에서의 자유가 교육시장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면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환경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의 환경문제 인식이 오히려 앞선 두 정부보다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각 부처의 정책과제 설정에서라도 시대적 과제인 환경 문제가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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