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이 '퍼주기 복지'?···김승희 내정자, 의원 시절 부정적 발언

민서영 기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대통령실 제공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대통령실 제공

20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를 지낸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의원 시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당시 김 내정자는 아동수당 등 보편적 복지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밝혔고, 연금개혁과 관련해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부모급여 등 보편 복지 확대와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연금개혁을 내세운 것과는 배치된다. ‘문재인 케어’로 대표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조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 내정자 모두 부정적 입장을 보여 건강보험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동수당에 “퍼주기 식 묻지마 복지” 비판

김 내정자는 의원 시절인 2018년 11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당시 6세 미만에서 15세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경제적 수준을 고려해 선별 지급되고 있는 아동수당을 가구의 경제적 수준과 상관없이 지급하고, 수급 대상 연령도 확대하자는 취지의 법안이었다.

그런데 김 내정자가 당시 법안을 발의하기 불과 두 달 전까지도 아동수당 보편지급 추진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2018년 9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처음 아동수당 지급을 앞두고 있는데 정책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이걸 100%까지 다 주자,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 해 7월 원내대책회의에선 성남시의 아동수당 100% 지급 추진과 관련해 “단순히 성남시 일방의 추진인지 아니면 박능후 (당시 복지부) 장관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아동수당 100% 전면지급을 하기 위한 단계적 전략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17년에도 “주식부자 어린이도 받는 무차별한 아동수당”이라며 “퍼주기 식 묻지마 복지”라고 비판했다.

김 내정자가 갑자기 180도 입장을 바꾼 건 당시 자유한국당이 아동수당 보편지급에 대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성태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는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이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 아동수당법 개정을 포함한 합의문을 도출한 바 있다.

김 내정자가 과거 반복적으로 밝힌 아동수당 등 보편적 복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발표한 국정과제를 보면, 기존 아동수당에 더해 0~11개월 아동에게 월 100만원씩 지급하는 ‘부모급여’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0~6세 아동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의 수급연령을 만 8세 미만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개혁 보험료 인상 말자 주문…현 정부 개혁 방향과 배치

연금개혁에 대해선 보험료 인상 대신 운용 수익률을 올리자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김 내정자는 2018년 8월 당시 연금개혁안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수익률을 높여서 국민연금 곳간을 쌓을 생각을 하지 않고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보험료를 올려 국민 지갑을 먼저 털겠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연금 운용수익률을 1%만 올려도 기금고갈을 5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증언”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 역시 현 정부의 연금개혁 기조와 배치된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연금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 구축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보험료율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금 재정의 고갈을 막기 위해선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는 등의 방안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보험료율 인상 없이 운용 수익률 제고만으로 연금개혁을 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운용 수익률은 (주식 시장과 경기 상황 등에 따라) 굉장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주된 개혁 방안으로 삼을 순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초기 ‘중국인 입국금지’ 주장

김 내정자는 2020년 1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당 우한폐렴대책TF 간사를 맡아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정부가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하지 않나’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발 입국 제한은 실효성도 없고, 대중 경제의존도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지만, 당시 보수야당(현 여당)은 문제인 정부에 대한 ‘대중 굴종 외교’ 프레임으로 이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인 입국 금지만으로 될 문제는 아니었다”면서 “우한시를 방문하거나 중국을 경유한 다른 외국인과 한국인들까지도 다 관리를 해야 했는데, 인력이나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우한시가) 워낙 교류가 많은 도시였어서 당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발생이 보고되기 전) 이미 지역사회에 들어왔었을 거란 예측을 많이 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케어’ 저격수…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제동 걸리나

치매국가책임제와 ‘문재인 케어’ 등 전 정부 대표 보건의료정책의 ‘저격수’로 통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2017년 10월 국정감사전략회의에서 문재인 케어에 대해 “‘묻지마 아이돈케어’에 불과하다”며 “충분한 논의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문재인 케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파탄은 불 보듯 뻔하고 그 피해는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건보료 폭탄과 세금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해서도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포장만 거창하고 내용이 없고 무책임한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 식 복지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집에서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의 무차별적인 급여화로 건강보험 재정만 악화시키고 요양-간병에 대한 국가지원체계 공백 등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가장 절실한 문제는 방치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현 정부도 문재인 케어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만큼 김 내정자가 새 복지부 수장으로 임명되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기존 기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최 실장은 “건강보험은 제도적으로 짜여진 틀이 있어 일방적으로 보장성을 줄이긴 어렵다”면서도 “일부 급여 항목 중에 오남용이 심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검토를 한다든지, 박근혜 정부 때처럼 중증 환자 위주로 제한적인 확대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oday`s HOT
400여년 역사 옛 덴마크 증권거래소 화재 APC 주변에 모인 이스라엘 군인들 파리 올림픽 성화 채화 리허설 형사재판 출석한 트럼프
리투아니아에 만개한 벚꽃 폭우 내린 파키스탄 페샤와르
다시 북부로 가자 호주 흉기 난동 희생자 추모하는 꽃다발
폴란드 임신중지 합법화 반대 시위 이란 미사일 요격하는 이스라엘 아이언돔 세계 1위 셰플러 2년만에 정상 탈환 태양절, 김일성 탄생 112주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