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쪼그라든 취약계층 삶…‘빈곤선’ 현실화로 ‘사각’ 없애야

민서영·김향미 기자

‘한 달 6만6667원’ 긴급생활지원금으론 물가 대응 역부족

내년까지 고물가 장기화 전망…시민단체 “땜질 정책 한계”

중위소득 산정 때 물가 상승률 반영·사회안전망 정비 요구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요즘 시장에 가면 “거의 살 게 없다”. 평소 종종 사던 계란, 두부, 콩나물 같은 기본 식자재 값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생필품부터 에너지 가격까지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취약계층의 삶이 위축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저소득층에 긴급생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내년 초까지 물가 상승 추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 같은 조치는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고물가 장기화로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며 기준 중위소득 현실화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24일부터 지자체별로 순차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 179만가구, 차상위계층·한부모가구 48만가구 등 277만가구에 긴급생활지원금이 지급된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에 따른 저소득층의 생계부담을 완화하고 소비 여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1회성 지원이다. 1인 가구 기준으로 생계·의료급여 수급인은 40만원을, 차상위계층은 30만원을 사용처 제한을 둔 카드 형태로 지급받는다.

40만원을 사용기간인 하반기 6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약 6만6667원꼴이다. 생활비에 당장 도움은 되겠지만,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고물가를 버티기엔 역부족이다. A씨는 “전통시장에서 사면 (상대적으로 저렴해 구입한 양으로) 최소 며칠을 먹을 수 있는데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편의점은 가격이 비싸고 같이 요리해 먹을 채소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긴급생활지원금 이상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고물가가 단숨에 잡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중산층에서 밀려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산발적·땜질식 정책을 넘어 복지제도로써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사각지대를 줄여나갈지 정부가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기초생활보장제 생계급여 지급 기준 확대(기준 중위소득의 30%→35%)를 비롯해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기준 중위소득 현실화 등을 촉구했다. 특히 8월 기준 중위소득 결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옛 최저생계비와 유사한 개념으로 ‘국민 가구소득의 중위값’을 말하는데, 지난해 기준 기초생활보장제를 비롯해 12개 부처 77개 복지사업의 선정기준으로 쓰인다. 빈곤사회연대 분석에 따르면 기준 중위소득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중위소득보다 최대 30% 이상 적다. 액수로 따지면 최대 60여만원 차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지금처럼 물가가 빠르게 상승해 실질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빈곤을 체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빈곤선으로 기능하는 기준 중위소득을 현실화시켜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그 안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8월 기준 중위소득 결정이 빈곤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척도이자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준 중위소득 현실화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책이라면, 우선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산정 시 물가 상승률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저소득층에 대해선 과거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최저생계비를 인상해오던 계측 방법을 보완적으로 활용해 기준 중위소득을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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