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제도화’ 목청에 ‘대상·범위’ 논쟁 점화

김향미·민서영 기자

코로나로 한시적 허용 후

플랫폼 늘면서 이견 충돌

업계 “초진” 의료계 “안 돼”

의료 민영화 우려도 변수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의사·약사단체들이 비대면 진료 시장에 뛰어든 플랫폼 업체들을 상대로 위법성을 지적하며 기자회견을 열거나 고발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법률로서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진료범위 등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18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의 증가로 상업적 진료가 늘고 의약품 오남용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적극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 의원은 이날 보건복지부에서 자료를 제출받아 코로나19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2020년 2월24일부터 올 5월31일까지 약사법 위반 사례 8건을 공개했다. 비대면 진료 처방전을 무허가 수입의약품으로 무자격자가 조제한 약국,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알선한 플랫폼 업체 등이 적발됐다.

의사가 의료기관 밖의 환자에게 건강 또는 질병의 지속적 관찰·진단·상담·처방을 하는 ‘비대면 진료’는 의료법상 불법이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유행하자 감염병예방관리법에 근거해 2020년 2월부터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비대면 진료의 목적, 주체, 대상 질환, 진료 범위, 조건, 책임 소재 등을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 2건이 국회에 발의됐으나 계류 중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지난 5월 발행한 ‘국내외 비대면 진료 현황진단 및 쟁점분석’ 보고서에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두고 의학한림원에서 지난 4~5월 각계 입장을 수렴한 내용이 정리돼 있다. 주요 쟁점을 살펴보면 진료대상을 두고 복지부와 의료계는 경증·만성질환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보고, 환자·소비자단체는 중증질환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도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약품은 안전성이 입증된 약품만 허용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의료계는 초진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나 업계는 초진을 포함해 의사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부와 의료계는 1차 의료기관에서만 허용하자는 의견인 반면 업계와 환자·소비자 단체는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법화의 핵심은 플랫폼 업체의 서비스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비대면 진료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아직 안전성이나 효과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이번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의료·복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기업들의 의료시장 진출 길을 열어주려는 방향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전 국장은 “운송·배달 플랫폼 업체 등의 앞선 사례와 비춰볼 때 플랫폼 업체를 통한 비대면 진료 확대는 결국 소비자와 노동자들에게 해가 되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는 점, 불필요한 진료를 위시한 상업적 진료가 늘어나 결국엔 의료민영화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비대면 진료 합법화는)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국회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이 하반기 국회에서 논의, 통과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계 및 의약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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