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어 수술 못 받은 아산병원 간호사…무엇이 사고 불렀나 ‘분분’

허남설 기자

시민단체·보건노조 “부족한 의사 인력 문제”

병의협 “저수가 의술 기피하기 때문” 반박

서울아산병원 전경.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서울아산병원 전경.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지난달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의 원인을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의사 수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낮은 수가로 인한 수술 기피 분위기 또한 거론된다. 대형병원 평가 방식이나 보건복지부의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3일 성명서를 내고 “의사인력 부족으로 국내 최고의 상급종합병원조차 직원의 응급수술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700여개 병상을 가진 상급종합병원이 긴급수술을 할 의료진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는 사실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환자가 365일, 24시간 발생할 수 있는 조건에서 학회나 휴가 등 변수가 존재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하고 각종 평가도 이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7년째 제자리인 의대 정원을 수요에 맞게 대폭 확대하고 응급·외상 등 필수 의료를 책임질 수 있도록 양성과정을 개편해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 평가나 의료기관 인증평가에 대해서도 다시금 점검돼야 한다”고 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부실한 응급의료 대응체계와 부족한 의사 인력 등 우리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전문의사의 휴가로 의료공백 상황이 발생했다는 병원 측의 변명은 결코 단순 실수로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며 관리감독 기관인 복지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원인을 조금 다르게 봤다.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의술을 기피하게 되는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병의협은 병원에서 급여를 받고 일하는 의사들이 모인 단체다.

병의협은 뇌출혈 증상 발생 시 할 수 있는 수술 방법과 이보다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 방법을 들며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들의 예후도 좋지 않은 데다가 수가마저 높은 편이 아니니 자연적으로 힘들고 수익 창출도 안돼 의사들도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보다 간편하고 수익에 도움이 되는 시술을 늘리게 되고, 굳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둘 필요가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서울아산병원의 미흡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수익도 안 되면서 어렵고 위험한 수술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오전 출근 직후 두통을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추가적으로 필요한 수술을 할 전문 의사가 휴가 중이라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끝에 지난달 30일 숨졌다. 복지부는 이 사건의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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