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의 비극에 “근본 대책” 약속한 정부…공공임대 축소 수정 없인 ‘빈말’읽음

송진식·류인하·박하얀 기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 “위기대책 미흡”…정책 반영할지 관심

‘반지하’ 32만가구 넘어…“주거지 이전이 근본대책” 목소리

정부가 취약계층 주거 문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집중호우로 반지하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가구가 잇따라 사망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과거보다 축소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취약계층의 주거지 이전과 같은 근본 대책이 없는 한 참사는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의 반지하 가구는 32만가구가 넘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폭우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울 상도동 다세대주택 반지하 현장을 찾아 “안전취약가구 거주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국가가 안전취약가구에 대해 사전에 위기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고 했다.

해당 주택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인 50대 A씨가 폭우로 불어난 물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지난 9일에는 서울 신림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 여성 3명이 수해로 사망했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보유세 감면안 마련에 부동산대책을 집중해왔다. 열악한 거주 환경에 놓인 취약계층의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9일 신림동 침수 참사 현장을 찾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부가 언급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까진 갈 길이 멀다. 국토부의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반지하 집에 거주 중인 가구 수는 전국 32만7000가구에 달한다.

원 장관은 “재난 대비 인프라 구축, 주거환경 정비, 취약구조 주택 개선 등을 통해 반지하, 쪽방 등 안전취약가구 거주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반지하 거주 가구만 해도 어떤 가구가 재난에 취약한지 등 세부적인 문제는 파악된 적이 없다. 정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주거분야 민생안정방안’에도 반지하 거주 가구 문제는 언급돼 있지 않다.

관련 법령도 미비하다. 현행 주거기본법에서 제시한 ‘최저주거기준’(국토부 장관 고시)을 보면 면적과 방 수, 입식 주방 및 화장실 등만 구체적 기준이 있다. 안전 관련 기준은 ‘수해 등 자연재해 위험이 현저한 지역에 위치해선 안 된다’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전국 반지하 거주 가구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96%(31만4000가구)가 도심 지역인 수도권에 위치한 점을 감안하면 최저주거기준상 안전기준은 별 의미가 없다.

시민단체 등은 공공임대 확충을 통한 주거지 이전과 같은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림동 참사의 경우 고령자, 장애인 등으로 구성된 4인 가족임에도 공공임대에 입주하지 못하고 반지하에 거주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자가주택’ 거주자란 이유로 공공임대 대상에서 제외된 주거복지 사각지대 사례로 추정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취약계층의 경우 주거지 이전을 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문제는 사후약방문식으로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반짝 관심을 갖는 정부 태도”라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임대 공급을 과거보다 줄일 계획이다. 국토부의 집계를 보면 이전 정부의 연평균 공공임대 공급량은 14만가구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주거분야 민생안정방안에서 밝힌 공공임대 공급량은 연평균 10만가구로 이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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