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과유불급' 식약처의 기능성 탈모샴푸 가이드라인

박효순 기자

■과거 의약외품 허가 규정으로 효력평가시험 시행

■업체 “발모효능 입증해서 기능성은 안된다” 한숨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018년 7월 ‘탈모증상완화에 도움을 주는 탈모샴푸의 기능성 평가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의약외품이던 탈모샴푸를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했다.

식약처는 탈모샴푸에 들어가는 6개의 기능성 성분을 고시, 화장품 생산 품질규격 허가를 받은 제조시설에서 고시된 내용대로 제품을 만들 경우 자동으로 기능성 화장품으로 허가를 해준다.

식약처의 ‘땅집고 헤엄치기’ 지침에 따라 가히 탈모샴푸의 홍수라고 할 정도로 연간 수백 개의 기능성 탈모샴푸가 출시되고 있다. 국내 기능성 화장품은 전성분 표시가 의무이며, 많은 성분부터 앞쪽에 표시한다. 시중 제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탈모샴푸의 대부분이 물과 계면활성제가 표시사항 앞쪽을 장식한다. 실제 기능성 성분은 매우 작은 양으로, 중간이나 뒷쪽에 표시되어 있다. 이런 ‘무늬만 기능성’ 탈모샴푸들이 고묘한 광고를 통해 비싼 가격에 팔린다.

머리를 빗거나 헤어 드라이를 하면서 머리칼이 많이 빠져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머리를 빗거나 헤어 드라이를 하면서 머리칼이 많이 빠져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근 국내 한 벤처기업이 6개 고시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 허가를 식약처에 신청하면서 식약처의 모순된 ‘가이드라인’이 도마 위에 올랐다. 탈모샴푸를 의약외품에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변경하면서 ‘효력평가시험 규정안’이 의약외품 기준을 그대로 존치키는 등 규정 자체에 상당한 오류를 안은 채 기능성 탈모샴푸 제품을 허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기업은 독일 더마테스트의 6개월 화장품 임상시험과 국제학술지 논문 2편, 국내 시험기관의 효능 및 안전성 검증 자료 등을 근거로 기능성 화장품 탈모샴푸 허가를 신청했다. 그 과정에서 발모효능까지 입증한 제품이라는 자신감을 가졌으나 ‘가이드라인’에 맞춘 계속적인 자료보완을 식약처로부터 요구받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식약처의 6개 고시성분을 넣어서 제품을 만들면 거의 무조건 기능성 탈모샴푸(기능성 화장품) 허가가 나온다. 그러나 6개 고시성분이 아닌 개로운 독자 성분이나 특허 성분을 갖고 기능성 화장품 허가를 받으려면 인체적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해당 업체나 대행 기관은 음성대조군(대조군) 대 양성대조군(시험군) 비교시험을 24주 진행해 결과를 심의받는다. 가이드라인 규정은 18~54세의 남성형 및 여성형 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조군 대 시험군 비교 인체적용시험의 제출을 요구한다.

대표적인 독소 조항이 ‘유효성 평가 기준의 피험자 대상 만족도’ 설문 3가지 항목이다. 한 마디로 ‘과유불급’이다. ①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풍성해졌습니까 ②탈락모발수가 줄었다고 생각하십니까 ③앞 머리선이 좋아졌다고 느끼십니까 등 3가지 모두가 탈모 개선도 및 발모를 평가하는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우 좋아짐 3점, 좋아짐 2점, 조금 좋아짐 1점, 변화 없음 0점, 매우 나빠짐 -3점, 나빠짐 -2점, 조금 나빠짐 -1점 등으로 점수를 매긴다. 이는 기존 의약외품 규정과 거의 유사하고, 따라서 실제 이의 효능이 확인된다면 탈모 개선 의약외품이나 의약품으로 분류가 되어야 한다고 해도 별 무리가 없다.

사진 촬영에 의한 연구가 평가에서도 연구자의 육안 평가를 토대로 ‘당신은 연구자로서 시험 대상자의 모발 분포 정도가 시험 전과 비교하여 어떠한가’를 질문한다. 이 또한 매우 좋아짐 3점, 좋아짐 2점, 조금 좋아짐 1점, 변화 없음 0점, 매우 나빠짐 -3점, 나빠짐 -2점, 조금 나빠짐 -1점 등으로 점수를 매긴다.

탈모증 해결을 위한 일환으로 기능성 탈모샴푸를 사용하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탈모증 해결을 위한 일환으로 기능성 탈모샴푸를 사용하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같은 설문 및 평가 항목은 피험자 개개인의 연령 및 탈모증상 단계별 모낭 상태, 모발 주기에 따른 모낭의 세포분열 속도, 모구의 위축정도, 모낭의 생장활동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임상 가이드라인이라고 봐야 한다. 피험자마다 모발의 자연탈락 및 생성률이 동물실험과 같이 일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식약처가 의약외품이나 의약품에 준하는 기준으로 기능성 탈모샴푸를 허가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난맥상은 식약처의 ‘모발건강관련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평가 가이드’에서도 불거졌다. 임상적 평가항목으로 모발의 탄력변화, 윤기변화, 직경변화, 대상자 만족도, 임상사진을 통한 평가, 단위면적당 총 모발수의 변화 등 6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대한모발학회 등에 따르면 직경변화, 임상사진을 통한 평가, 단위면적당 총 모발수의 변화 등 3가지는 탈모환자를 대상으로 한 탈모치료제·기기의 허가를 위한 효능평가에 사용되는 규정이다. 대상자만족도 부분의 6가지 항목 가운데에서도 4가지가 탈모에 대한 항목이다.

중국은 2021년 소비자 혼선을 유도하는 탈모방지 샴푸의 유효성 평가를 위한 신규 법령을 공포했다. 2022년 1월부터 중국 약품감독관리국이 지정한 21개 인증 시험기관에서 인체효능 평가시험을 완료한 ‘효력평가’ 시험 성적서를 약품감독관리국 기술심사센터에 제출, 심의를 받은 후에 국가화장품센터가 검측 합격증명서를 발급하도록 규제 조치를 내렸다. 따라서 중국에서 탈모샴푸로 기존에 판매되던 모든 제품은 2022년 3월말까지 중국 약품감독관리국에 임상시험 신청서를 제출하고 ‘효력평가 시험’ 개시에 들어가야 했다.

한국의 탈모 기능성 샴푸의 임상은 제조사 및 개발자가 직접 의뢰한 사설 임상 시험기관에서 시행되어 그 결과에 대한 신뢰에도 문제가 있다. 지금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허가된 기능성 샴푸의 과대광고 또한 고질적인 문제이다. 식약처는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바꾸든지, 탈모샴푸의 기능성 화장품 분류를 다시 의약외품으로 되돌리든지 하는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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