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폐기 본격화 하나…MRI 급여화 담당 등 231명 감축읽음

민서영 기자    김향미 기자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들 ‘혁신계획안’

공공의료 서비스 축소·폐지, 관련 인력 감축

건보공단 184명 인력 조정·심평원 47명 줄여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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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산하 8개 공공기관이 공공의료 서비스를 축소·폐지하고 관련 인력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부가 전 정부의 상징적 보건의료정책인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정책)를 손보고,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하면서 보건의료 영역의 공공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국립암센터, 국립중앙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국민연금공단,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 8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공공기관 혁신 계획안’을 보면 이들 기관은 단계적으로 231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건보공단’ 업무 및 인원 감축…‘문재인 케어’ 축소 신호탄?

가장 많은 인원 감축 계획을 보고한 기관은 건보공단이다. 총 184명을 인력 조정 대상에 포함시키고, 이 중 82명은 재배치, 102명은 감축하겠다고 보고했다. 건보공단은 감염병 상황보고 등 대응 기능과 건강플러스센터 운영, 감염관리수당 지급관리, 정신의료기관 운영지원 기능 등도 축소하기로 했다. 특히 초음파·등재 비급여의 급여화 담당 인력과 현재 복지부가 들여다보고 있는 MRI 급여화 담당 인력을 줄여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일부 축소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심평원은 47명을 감축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최근 마지막 지급이 이뤄진 코로나19 손실보상금과 관련한 기능은 비핵심 기능으로 분류해 아예 폐지된다. 또 의료급여 장기입원 퇴원지원과 의료급여사례관리단 운영은 건보공단으로 이관시킨다. 문재인 케어 관련 업무를 수행해온 ‘비급여의 급여화’ 기능도 축소된다. 심평원은 대신 필수·공공의료 기능을 담당하는 공공정책수가실을 설치하고 37명을 새로 배치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19일 복지부의 업무보고를 받고 ‘건강보험 지출개혁’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다음달까지 건보 지출구조 개혁 방안 등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건보공단의 기능 축소 및 인력감축이 ‘문재인 케어’ 축소 작업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7일 인사청문회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케어’를 ‘윤석열 케어’로 바꿔서라도 전체적으로 보장성 확대를 계속해나가면 좋겠다”고 하자, “MRI·초음파 등과 같은 일부 항목의 경우 보장성 강화 전 전보다 급여 지출이 너무 많이 됐기 때문에 이제는 한번 재검토를 해보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민석 의원은 현 정부가 ‘공공의료’라는 말 대신 ‘필수의료’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보장성 축소를 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보공단 노조는 지난 8월 기재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대해 “공공기관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의미는 효율과 수익성에 치중하겠다는 것이며 결국 공공성이 크게 훼손되고 공공서비스 업무가 축소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29일 기자와 통화에서 “원론적으로 공공기관 혁신에 의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지만, 당장 현재 나온 인원 감축안은 복지부와 기재부 등에서 조정이 될 가능성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구조조정…“보건의료 민생 직결, 각자도생하라는 것”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복지 민영화 선언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복지 민영화 폐기를 주장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복지 민영화 선언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복지 민영화 폐기를 주장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의료 분야 공공기관의 기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립암센터는 당초 34명의 인력을 충원하려고 했으나 ‘전담인력의 증원소요를 최소화’한다며 이를 백지화했다. 상시적인 인력난과 국정과제인 국가암데이터센터 지정 등으로 인력 충원이 필요했지만 기존 인력 재배치로 메꾼 것이다. 매번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국립중앙의료원 역시 28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축소되는 기능은 진료 분과의 ‘필수 중증의료 제공’이다. 필수기능 유지를 위해 의사직은 줄이지 않고 일반직 중 실무진에 해당하는 5·6급에서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연금공단도 53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연금공단은 인력 조정 대상 146명 중 93명은 재배치하고 53명은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저임금 사업장가입자의 연금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기능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도 5명을 감축한다.

한 의원은 “공공의료는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보건복지 기능과 인력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각자도생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혁신계획안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조 장관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 당시 기재부 재장관리관으로 재직하면서 보건의료 공공분야 기능 조정안을 마련,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은 민영화를 위한 게 아니고 공공기관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이며 특히 보건의료기관 민영화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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