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노동자 100명 중 1명 ‘폐암 의심’

강현석 기자

서동용 의원실 ‘건강검진 자료’…폐결절 등 이상소견은 27%

장시간 조리로 초미세분진 노출, 환기도 불량…위험도 상승

학교 급식실에서 장시간 일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진행되고 있는 ‘폐암 건강검진’에서 100명 중 1명꼴로 ‘폐암 의심’ 판정이 나오고 있다. 이는 2019년 한국 여성의 폐암 발생률보다 28배 정도 높은 수치다. 폐암이 의심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밀검진과 후속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향신문이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현황’을 분석해 보니 검진 결과를 통보받은 노동자 5979명 중 61명에게서 ‘폐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정부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 사이에서 폐암으로 인한 산업재해 신청이 급증하자 ‘건강 상태 확인’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폐암 건강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55세 이상이거나 10년 이상 급식실에서 일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이 진행 중이다.

교육부에 중간 검진 결과를 제출한 전국 6개 교육청에서는 지난 8월31일까지 검진 대상 1만3447명 중 5979명이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 중 61명(1.02%)은 ‘폐암 의심(42명)’이나 ‘매우 의심(19명)’ 판정을 받았다. 이는 ‘2019년 국가암등록 통계’의 여성 폐암 발병률인 10만명당 37.4명(0.037%)보다 28배 정도 높은 수치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만으로도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 발생률이 동일 연령대 일반 여성에 비해 매우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암은 아니지만 폐결절 등 각종 ‘이상소견’이 나온 사람도 1653명으로 전체 검사자의 27.6%나 됐다. 폐에서 이상소견이 나온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광주교육청은 508명 중 141명(27.8%), 대구교육청 1269명 중 442명(34.8%), 울산교육청 525명 중 111명(21.1%), 전남교육청 1726명 중 405명(23.5%), 충남교육청은 1497명 중 437명(29.2%)에서 이상소견이 있었다. 경북교육청은 검진을 마친 2776명 중 454명에게 결과가 통보됐는데 이 중 117명(25.7%)이 이상소견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의 학교 급식실 환경이 비슷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발표한 ‘급식실 산업안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규모로 음식을 조리하는 학교 급식실에서는 튀김·볶음·구이 요리 등을 할 때 발암물질인 초미세분진인 ‘조리흄(cooking fume)’이 발생한다. 하지만 학교 급식실의 상당수는 공기순환 장치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환기가 잘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까지 급식 노동자 50명이 폐암으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고 사망한 노동자도 5명에 이른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노동자들이) 고온의 튀김·볶음·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에 노출됐다. 이런 조리행위가 폐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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