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투병, 아빠는 간병…5남매 ‘수 패밀리 돌봄작전’ 온동네가 나섰다

고귀한 기자

두 달째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

광주 광산구와 이웃 주민 협력

반찬 등 간병비 십시일반 모아

위기가정 위해 지역공동체 합심

엄마의 입원으로 인해 집에 남겨진 광주광역시 광산구 5남매가 ‘지켜야 할 수칙’을 적어 벽에 붙여 놓고 있다. 광주 광산구 제공.

엄마의 입원으로 인해 집에 남겨진 광주광역시 광산구 5남매가 ‘지켜야 할 수칙’을 적어 벽에 붙여 놓고 있다. 광주 광산구 제공.

‘서로 상처 주는 말 하지 않기, 욕하지 않기(특히 부모님 앞에서), 청소는 다 같이(시키지만 말고 스스로 하기)’.

집에 남겨진 다섯 아이는 ‘서로 지켜줘야 하는 것들’이라는 생활 규칙을 스케치북에 적어 벽에 붙였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초등학생 2명, 18개월 막내까지 5남매는 두 달째 엄마·아빠와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이들 가족에게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온 것은 지난 10월 초. 두통을 호소하던 엄마 A씨(40)는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 4기와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수술 이후 A씨는 전남 화순의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A씨 간병을 위해 아빠 B씨(48)는 다니는 회사를 휴직해야 했다.

남겨진 5남매에 빛이 돼 준 것은 같은 이웃 주민들이었다. A씨 가족의 사정을 알게 된 이웃 주민들은 동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광주 광산구 주민들이 엄마의 암으로 집에 남겨진 5남매를 위해 낡은 집을 고치고 정리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제공.

광주 광산구 주민들이 엄마의 암으로 집에 남겨진 5남매를 위해 낡은 집을 고치고 정리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제공.

소식을 접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동복지센터 직원들이 집을 찾아갔을 때 냉장고에는 아이들이 먹을 반찬이 먼저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배추김치와 오징어채 무침, 장조림 등이었다. 아이들은 “‘옆집 이모와 아빠 회사 동료’ 들이 가져다준 것”이라고 했다.

이웃 주민들은 수시로 A씨의 집을 드나들며 아이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챙기고 막내 아이 등을 살피고 있다. A씨가 가족의 사정이 주변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더 많은 주민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주민들과 구청은 학교와 연계해 5남매에 긴급돌봄과 아동급식 등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아빠 B씨가 간병인을 고용하고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간병비 350만원도 주민들의 도움으로 마련됐다. 덕분에 B씨는 다음 달 3일 집으로 돌아온다.

1개동에 45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이 아파트 주민들은 퇴원 이후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A씨를 위해 1층 현관에 경사로를 설치하기로 했다. 1995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경사로가 없다. 1500만원인 경사로 설치비용은 구청이 공공주택 지원사업으로 1000만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주민들이 부담하기로 했다.

광주 광산구 주민들이 엄마의 암으로 집에 남겨진 5남매를 위해 집을  수리했다. 오래된 아파트에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이 생겼다. 광주 광산구 제공.

광주 광산구 주민들이 엄마의 암으로 집에 남겨진 5남매를 위해 집을 수리했다. 오래된 아파트에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이 생겼다. 광주 광산구 제공.

하남로타리클럽은 22평 작은 집에서 책상도 없이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집 고치기에 나섰다. 벽지와 장판을 교체하고 아이들의 공부방이 만들어졌다. 몸이 불편할 A씨를 위해 화장실과 안방도 모두 손봤다. 집을 고치는 1주일 동안 아이들은 이웃 주민의 집에서 생활했다.

주민들은 A씨 가족을 돕는 일을 ‘수s 패밀리 돌봄 대작전’이라 부르고 있다. 다섯 아이 모두 이름 마지막 글자가 ‘수’자인 점에서 착안했다. B씨는 27일 “막막했던 현실에서 힘이 돼준 주민과 모든 분께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아내가 빨리 낫도록 돕는 한편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오로지 한 가정을 위해 뭉친 지역공동체를 보면서 공동체 활동의 본질, 민·관 협력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됐다”며 “A씨 가정이 평안과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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