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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통증을 지체기능장애로 첫 인정

박효순 기자
한 여자가 고통스러워하며 얼굴을 감싸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 여자가 고통스러워하며 얼굴을 감싸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이 지난 2019년 8월 서울고등법원의 2심판결에 불복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3일 대한통증학회와 한국CRPS환우회 등에 따르면, 태백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던 환자 A씨는 2012년 8월 태백시 매립장에서 집게차를 이용하여 재활용 공병 재포장 작업을 하던 도중 톤백을 집게차의 집게에 거는 과정에서 왼쪽 엄지손가락 끝마디에 골절상을 입었다. 이후 A씨는 좌상지에 통증과 이에 따른 근력 저하의 소견을 근거로 마취통증의학전문의로부터 CRPS 소견과 함께 지체장애 진단을 받았다.

태백시는 그러나 A씨의 장해등급 결정을 취소했고, 이에 불복한 A씨는 2019년 8월 태백시를 상대로 장해등급결정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 서울고법에 항소해 1차 판결을 뒤집은 바 있다. 그리고 4년 5개월만에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이다.

대법원 제2부 재판부는 근력기능감소 등을 겪고 있는 원고의 증상이 통증으로 인하여 발생하였거나 통증을 수반한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복지법령에서 정한 지체기능장애에서 제외 된다고 볼수 없음에 주목했다. 아울러 장애인복지법령에서 정한 신체장애의 의미, 장애등급 판정 절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소송대리인 서상수 변호사(법무법인 서로 대표변호사)는 “고등법원 판결을 그대로 인정해 준 대법원 판결이 지난 2일 나왔다”면서 “당연히 해주어야 하는 장애인정과 관련해 8년 간의 긴 시간이 낭비됐다”고 밝혔다. CRPS환우회 역시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CRPS와 관련해 보다 현실적인 장애판정 기준이 만들어져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CRPS 환자가 없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통증학회 또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CRPS를 포함한 만성통증환자들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 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통증에 의해 유발된 신체 기능의 감소가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첫 발을 디딘 중요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현 장애인복지법령에 의한 CRPS 장애평가는 병의 중증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동시에 평가방법도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통증의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CRPS 환자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통증으로 발생한 장애는 장애등급판정에 활용 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질환의 일부 증상인 관절가동범위의 제한 및 근력 약화로만 장애여부를 판단 받는 현실에 처해 있었다. CRPS에 대해서는 장애 판단을 마취통증의학과에서도 할 수 있게 2021년 4월에 시행령이 변경되었다.

통증학회 관계자는 “마치 축구선수의 실력을 육상코치가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CRPS 환자의 장애등급판정이 내려져왔었다”면서 “앞으로 통증학회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합리적인 장애평가 안을 제시하는 데 학회의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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