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에서 대형 상수도관 공사를 강행하다 유입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된 김철득씨(52)의 딸 김모씨(23)가 아버지에게 보낸 카카오톡이 공개됐다.
딸 김씨가 아버지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를 보낸 지난 15일 오후 7시39분 당시 김씨는 이미 실종된 상태였다. 아버지와 떨어져 부산에 살고있던 김씨는 평소 아버지에게 각별한 딸이었다.
김씨는 평소에도 “나는 복지관 선생님이랑 밥먹으러 나왔어용♥♥” 등의 살가운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멀리 떨어져 지내는 아버지와 틈틈이 연락을 해왔다.
사고가 난 날에는 “아빠♥서울에는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괜찮은가요?”라며 공사현장에 있는 아버지를 걱정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16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이 없다.
이날 부산에서 부랴부랴 사고현장으로 달려온 김씨는 “아빠랑 엄마랑 평생 처음 방콕으로 해외여행 가려고 했는데…”라며 오열했다. 김씨가 태어날 때부터 생계를 꾸리기 위해 멀리 떨어져 일을 해온 아버지지만 김씨는 단 한번도 아버지의 부재를 느낄 수 없었다.
항상 “우리 딸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어. 엄마 아빠한테 사랑을 주려고 태어난 거야”라며 버릇처럼 말해줬다. 한 달에 한 번 겨우 집에 올 수 있었지만 어색함조차 없었다.
김씨는 “아빠에게 카톡으로 ‘아빠 덥지 않아요?’라고 보내면 ‘우리 딸이 에어컨’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다정한 분이셨다”고 입을 뗐다.
이어 “부산에 있는 나도 비가 오면 공사현장이 위험할 것이란 걸 알아서 카톡을 보낼 정도였는데 어떻게 똑똑한 사람들이 그것도 모르고 비가 오는데 일을 시키냐”며 눈물을 훔쳤다.
앞서 15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 한강대교 남단 서울시 상수도관 부설작업 현장에 갑자기 강물이 유입돼 작업자 7명이 수몰됐다. 이 중 1명은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숨진 작업자는 조호영씨(60)로 확인됐다. 수몰된 작업자는 임경섭(45)·박명훈(49)·이승철(55)·박웅길(56)·이명규(62)·김철득(52)씨 등이며 소방당국은 물이 빠지는대로 이들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작업자들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한강대교 남단에서 시행하는 올림픽대로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공사 지하작업장에서 내부 레일을 철거하다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하 25m에 부설돼 있는 지름 2.2m, 길이 1.5㎞의 터널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가 상승하면서 강물이 한강 둔치로 뚫려 있던 배수구를 통해 공사 현장으로 범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펑’ 터지는 소리와 바람이 몰아치면서 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에는 터널에 물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물막이 장치가 설치돼 있으나 범람한 강물의 압력으로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장에는 별도의 대피공간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