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도심 시내버스 2차례 추돌 사고 ‘의문의 질주’
1차 3중 추돌 후 노선 바꿔 1㎞ 더 달리다 2차 사망사고
차량 결함·운전자 이상 등 원인 규명에 시간 걸릴 듯
서울 도심에서 한밤에 시내버스가 9중 연쇄 추돌을 일으키며 약 1.2㎞를 달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 운전사와 다른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명 등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1명은 중태다. 버스가 1차 사고 후 2차 사고 때까지 질주한 시간은 3분에 불과했지만 승객들은 버스 안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일 서울 송파경찰서 설명에 따르면 1차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11시43분쯤 발생했다.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에서 올림픽공원 방면으로 달리던 3318번 시내버스가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정차 중인 택시를 뒤에서 들이받아 연쇄 3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버스는 곧바로 차선을 바꿔 다시 달렸다. 2차 사고는 3분 후 발생했다. 사고 후 610m가량 직진하던 버스는 잠실역 사거리에서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 돌연 우회전했다. 이어 버스는 좌우로 오락가락하며 옆 차선의 벤츠 승용차 등 차량 5대를 스치며 580m가량을 불안정하게 주행하다 오후 11시46분쯤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인 30-1번 버스를 들이받고 멈췄다.
이 사고로 3318번 버스 기사 염모씨(60)와 30-1번 버스 뒷자리에 앉아 있던 승객 이모씨(19) 등 2명이 숨졌다. 이씨는 대학 신입생 환영회를 마치고 귀가하다 변을 당했다. 이씨와 같은 과에 입학한 승객 장모씨(19)는 의식불명 상태다. 장씨 가족들은 장씨가 깨어나지 못할 경우 장기를 기증키로 했다.
버스와 택시,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이모씨(56) 등 16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목격자들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사고가 났다고 전했다.
3318번 버스에 타고 있던 강모군(17)은 “첫 추돌사고 이후 승객들이 ‘아저씨 멈추세요’라며 수차례 얘기했지만 ‘어어’ 하더니 버스는 그대로 진행하다 또다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3318번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3명은 두 번째 사고 이후 뒷문을 부수고 빠져나왔다.
운전사 염씨가 사망한 데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파손돼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염씨의 유족들은 염씨에게 평소 지병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염씨는 1996년부터 버스를 운전한 베테랑이다. 버스회사 측은 “염씨는 지난 주말 마라톤 풀코스를 뛸 정도로 건강했고 지난해 10월 회사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차량은 사고 하루 전날인 18일 정기 안전점검도 통과했다. 다만 차량의 위치를 추적하는 위성항법장치(GPS)가 사고 1분 전부터 꺼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급발진 등 차량에 갑작스러운 결함이 발생했거나 염씨에게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신체적 이상증세가 왔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염씨 시신의 부검과 파손된 블랙박스 정밀 영상 복원을 의뢰했다. 사고 차량은 지난해 들여온 현대자동차 뉴슈퍼에어로시티 저상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