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국장 망언’ 사과 요구
KBS 취재진도 현장서 철수
임창건 보도본부장과 이준안 취재주간 등 KBS 간부들이 8일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가 유족들에게 격렬한 항의를 받고 쫓겨났다. 유족들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교통사고 숫자에 비유한 것으로 알려진 김시곤 보도국장을 찾으며 사과를 요구했다. KBS 취재진은 유족들의 요구로 현장에서 철수했다.
KBS 보도국 간부 10여명은 이날 오후 경기 안산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유족들은 KBS 간부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분향소에 들어가 격앙된 목소리로 김 국장을 찾았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4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측의 말을 인용, “(김 국장이)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유족들은 합동분향소에서 KBS 간부들을 끌어냈으나 김 국장은 찾지 못했다. 한 유족은 “아버지인 내가 딸 영정에 국화꽃을 줬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어떻게 숫자로만 볼 수 있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너희 아이들이 물에 있어도 그런 말이 나오느냐”는 고함도 쏟아졌다.
현장에 있던 KBS 취재진에도 분노가 쏟아졌다. 한 여성 유족은 KBS 취재천막에서 “ ‘전원구조’라는 보도를 믿고 갈아입힐 옷 한 벌 갖고 진도로 내려갔다”고 외쳤다. 또 다른 유족은 “죄송하다”는 KBS 취재기자에게 “죄송하다는 말 말고 제발 가 달라. 지금도 많이 인내하는 것이다. 교통사고만도 못한 우리 새끼들 취재 말고 가 달라”고 말했다. MBC 취재진도 공영방송이라는 이유로 같은 요구를 받았다. 일부 유족들은 김 국장의 발언을 전한 기사를 출력해 분향소 곳곳에 뿌렸다.
이준안 주간은 한동안 유가족 임시 대기소에서 유족들에게 붙잡혀 항의를 받았다. 김 국장이 끝내 나타나지 않자 일부 유족들은 식기를 던지며 통곡했다.
선재희 KBS 홍보부장은 “임 본부장과 이 주간은 조문을 위해 간 것”이라며 “이들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적다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해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