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라인 개입 정황’ 서울시교육청, 숭의초 감사 발표
서울 숭의초등학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은폐·축소는 학교장·교감·생활지도부장 등 학교폭력과 관련해 결재 라인에 있는 이들이 조직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 회장 손자 ㄱ군(9)은 첫 학교폭력이 발생한 지난 4월20일 밤 또 다른 학생에게 어린이용 야구방망이로 폭력을 가했지만, 숭의초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교육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숭의초 학교장·교감·생활지도부장 등은 ㄱ군을 이번 사안에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 은폐·축소한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지난달 1일 열린 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ㄱ군이 제외된 것과 관련해 학폭위 위원장인 교감은 이틀 전(5월30일) 피해 학생 ㄴ군 어머니가 ㄱ군을 가해 학생으로 지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팀은 사안 발생 일주일 뒤인 지난 4월27일 피해 학생 어머니가 교감에게 ㄱ군을 가해 학생으로 지목한 녹취파일을 확인했다.
수련회에서 같은 방을 쓴 학생 9명(가해·피해·목격 학생 모두 포함)이 작성한 진술서 중 목격 학생 2명의 진술서 등 총 6장은 분실 또는 폐기됐다. 담임교사는 생활지도부장에게 18장 모두를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생활지도부장은 12장만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어린이용 야구방망이’와 ‘바나나맛 우유 보디워시’를 수련회에 가져온 ㄱ군은 첫 학교폭력이 발생한 같은 날 밤 야구방망이로 또 다른 학생 ㄷ군 등 2명에게도 폭력을 가했다. ㄷ군 학부모가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학폭위 회의록에 기록하지 않았고, 학폭위에서 심의하지도 않았다.
학교장은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전학을 유도하는 발언 등으로 학부모와의 갈등을 심화시켰고, 담임교사는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을 평소에 괴롭힌다는 사전정보가 있었음에도 수련회에서 같은 방에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숭의초는 학폭위 개최를 의무화한 2012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단 한 건도 학폭위에서 심의하지 않았다. 교육청은 “숭의초는 학폭위를 열어 가해 학생을 처분하는 것이 ‘비교육적인 방법’이라고 인식해 학폭위 심의 건수가 0건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숭의초 특별감사 결과
앞서 숭의초 3학년은 지난 4월20일 경기 가평에서 1박2일 수련회를 진행했다. ㄱ군이 소속된 방에서 다수의 학생이 이불을 쓴 ㄴ군을 ㄱ군의 야구방망이로 때리며 발로 밟고, ㄴ군에게 ㄱ군이 가져온 보디워시를 먹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임교사는 사안을 인지했지만 관련 조치를 하지 않았고, ㄴ군 어머니의 신고가 있자 뒤늦게 학교폭력 전담기구와 학폭위 등을 구성해 사안을 처리했다. 학폭위는 ㄴ군의 주장과 달리 ㄱ군은 폭력에 가담하지 않았고, 나머지 학생들도 “장난”을 했을 뿐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숭의초는 “교육청은 결코 폭행에 가담한 바 없다는 당사자와 목격자 주장을 무시했다”며 “학교가 재벌가 학생을 감싸며 사안을 은폐·축소했다는 의혹만 나열하고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초 진술서 18장 가운데 6장을 분실한 것과 관련해 “관리 소홀과 과실을 인정한다”면서도 “공식적인 조사 문건이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