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밖의 ‘젠더폭력’

‘스토킹 처벌법’은 8차례나 발의·폐기 반복…법무부 “법적 정의 모호” 입장에 지지부진읽음

김경학 기자

데이트폭력, 스토킹, 온라인 성범죄 등 주로 여성들을 겨냥한 ‘젠더폭력’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다음달까지 마련하기로 한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불평등한 성별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성적·정서적 폭력을 ‘젠더폭력’으로 규정하고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와 국무조정실, 법무부·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부처는 1일 오후 ‘젠더폭력 범부처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각 부처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책들을 점검했다. 여가부는 경찰청과 합동으로 해수욕장 등에서 피서객을 상대로 한 성추행·몰래카메라 등 성범죄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경찰은 이달 말까지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방통위는 음란물이나 명예훼손이 심한 게시물은 심의를 거쳐 삭제하거나 사이트를 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는 스토킹 같은 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어 법 제정을 논의 중이다.

정부가 내년까지 추진할 일명 ‘젠더폭력방지기본법’에도 스토킹이나 온라인 성범죄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젠더폭력은 살인과 같은 2차 범죄 우려가 큰 범죄로 분류되지만, 현재의 법체제로는 대응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경범죄처벌법이나 형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등을 근거 삼아 사안별로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협박이나 주거침입 등이 없는 스토킹의 경우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에 해당해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만 처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미국·일본·독일처럼 스토킹 범죄를 처벌할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으나 지금까지는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다. 15대부터 19대 국회까지 8차례나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런 법안을 소관하는 법제사법위원회가 법률 개정이 아닌 개별법 제정을 꺼리는 것도 법안들이 폐기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박남춘 의원 등이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데이트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도 차일피일하다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도 스토킹 관련 법안만 5개가 계류돼 있다. 남인순·김정훈·정춘숙·김삼화·이동섭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들이다. 이 법안들은 스토킹 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초동 단계부터 법적 제재를 가해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법무부는 스토킹을 법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고 지지부진한 상태로 발의와 상정, 폐기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작년 11월에도 법사위 심사소위까지 회부됐는데 탄핵·대선 정국이 되는 바람에 통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젠더폭력 방지가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경범죄처벌법 등으로는 범죄를 막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법안이 신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