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 및 횡령·배임 등 비리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이 28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이날 조 회장을 불러 밤 늦게까지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 등을 캐물었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청사에 나와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면서 “검찰에서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퇴진 요구 나오고 있는데 물러날 생각은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엔 답을 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부친인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 조 회장 일가가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가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조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횡령 혐의와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납품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가 소유한 중개업체가 통행세를 받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기고 회사에 손해를 혐의도 의심하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의 전·현직 직원들은 서울남부지검 앞에 모여 ‘조 회장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 등 일부 직원들은 대한항공 근무복과 가면 등을 착용하고 나와 조 회장의 검찰 출석을 지켜봤다. 이들은 ‘불법! 안하무인 갑질!’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전직 대한항공 부기장 이모씨는 “조양호를 처벌하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박 전 사무장은 이날 회견을 통해 “조 회장은 범죄행위는 일반 국민이라면 분명 벌을 받을 행동인데 아직까지 처벌받지 않고 시간만 지연되고 있다. (조 회장의 부인과 딸인) 이명희·조현민씨 처벌도 유야무야됐다”며 “국민 입장에서 안타깝고, 직원 입장에서는 개탄스럽다. 이번 기회에 확실한 단죄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