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따랐는데 숨진 아들…‘바로 입원했으면 어땠을까’ 엄마아빠는 자꾸만 묻게 된다

박채영 기자

‘폐렴 사망’ 정유엽군 부모
‘의료 대응…’ 토론회 참석
“병상 찾다가 치료 시기 놓쳐”

“12일 저녁 7시20분쯤 국민안심병원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 선별진료소는 이미 닫았고 열이 나서 병원에 들어가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해열제를 주고 내일 와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없다. 열이 심해지면 미온수로 샤워를 시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 정유엽군(17)은 지난 3월18일 영남대병원에서 비정형성폐렴으로 숨졌다. 열이 심해 코로나19가 의심되면서 입원도 치료도 늦어졌다. 정군의 부모는 21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국내 의료 대응체계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와 같이 증언했다.

정군의 어머니는 ‘어땠을까’를 말했다. 12일 저녁 방문한 경산중앙병원에서 바로 검사를 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13일 다시 중앙병원을 찾았을 때 X레이를 찍고 독감과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열이 심하고 폐에 염증이 보였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입원을 할 수 없어서 차 안에서 링거만 맞고 왔다. 이때 집이 아니라 병원에 갈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집으로 돌아와서도 열이 심해져 보건소에 전화를 하자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중앙병원에 다시 연락을 했더니 뒤늦게 ‘3차 종합병원에 갈 수 있는 소견서를 써주겠다’며 불렀다. 이때 병원에서 처음으로 ‘아들이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

“코로나19 감염 관계없이
응급환자 병상 확보 했어야
공백 조율 컨트롤타워 절실”

어머니는 차창 밖으로 내밀어 차갑게 식힌 손으로 정군의 이마를 식혀주며 영남대병원으로 갔다. 영남대병원 음압카트에 눕히며 바라본 것이 어머니가 본 정군의 마지막 모습이다. 정군은 영남대병원에서 진단검사를 13번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음성이었다.

정군의 아버지는 “병원은 코로나19 대응 매뉴얼대로 했다고 하고, 우리는 병원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유엽이가 죽었다”고 말했다. 숨지기 여드레 전 가벼운 감기 증상이 시작됐을 때부터 숨지기 전까지 코로나19로 포화된 국내 의료체계는 정군을 구하지 못했다.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고등학생이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은 “정군처럼 발열이나 호흡기 환자는 진단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의료공백에 놓인다”며 “코로나19든 아니든 응급환자를 어느 병원으로 보낼지 교통정리를 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의사도 보건소도 못 해줬다. K방역은 성공했는지 몰라도 K의료는 혼란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유행이 반복되면 앞으로도 특정 지역에서 병상이 부족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며 “방역에 질병관리본부가 있는 것처럼 의료에도 의료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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