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년’ 김창룡 경찰청장 “수산업자 사건도, 민주노총 집회도…법과 원칙 따라 예외없이 수사”

유희곤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8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경향신문과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8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경향신문과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상대방이 누구인지 따지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불법행위가 나오면 예외없이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

김창룡 경찰청장(57)은 검사, 경찰관, 언론인, 정치인 등 유력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43·구속) 사건에 대한 수사방침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김 청장은 지난 8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정제혁 경향신문 사회부장과 1시간20분 동안 진행한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줄곧 ‘동일한 기준’을 강조했다. 그는 “일반 시민들이 경찰 법집행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사안은 크게 집회·시위 대응과 수사 분야”라면서 “(김씨 사건을) 인지한 이후 다른 사건과 똑같은 기준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경찰이 일반 사건 수사는 어느정도 역량과 시스템을 갖췄다”고 평가하면서 검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분야로 꼽히는 인지수사, 대형사건 수사는 “노하우가 쌓이면 충분히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7월23일 취임 후 1주년을 앞둔 소회는.

“상당히 긴 시간 같다. 올 1월부터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따라 국민중심 책임수사 체계가 시행됐다.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평가를 해 보면 처음에는 약간 새로운 제도이고, 수사 책임성이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심사관, 책임수사관, 수사심의위원회로 이어지는 3중 시스템이 작동하다보니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정상화됐다고 본다. 지난 4월의 사건처리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99% 수준이었다. 검찰과의 협력도 원활하게 잘 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6개월이 넘었다. 일선에서 체감하는 달라진 점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업무가 늘어났다는 부담이 크다. 담당 경찰관이 직접 1차 수사종결권을 행사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 사건을 90일 동안 검토하는 만큼 어느 정도 적응해가는 분위기다. 경찰이 올 상반기에 15만건, 20만명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경찰과 검찰에서 두 번씩 피의자 조사를 받던 과거와 달리 경찰의 불송치 결정 후 빨리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검찰의 재수사 요구는 전체의 3.5%에 그쳤고 이 중에서도 사실판단 오인, 법리판단 문제 등은 많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역량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경찰로서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서울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이 뼈아프다고 인식하고 제도개선을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 3중 시스템을 더 강화할 예정이고 최근 발생한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 감금 살인사건은 3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수사 감찰하고 있다. 개인의 능력 부족이었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에 따라 조치하고 시스템이 잘못됐다면 인력 충원 등을 할 계획이다.”

-경찰이 대형사건을 수사할 수 있겠냐는 시각도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단순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경찰은 그동안 발생사건을 주로 해 와서 인지수사, 대형사건 수사 경험은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의혹으로 시작한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에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처음 도입해 LH 직원들과 지인들로 구성된 투기 조직을 적발했다. 이같은 수사경험이 쌓이면 경찰도 인지수사 분야, 대규모 수사도 충분히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

-경찰이 지난달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전이라면 가능했겠냐고 보는 의견이 많다.

“검찰도 새로 바뀐 제도에 맞춰 (경찰이 신청한 검사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등) 생각의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김씨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원칙은 무엇인지?

“수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관계자가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성있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불법행위가 나오면 예외없이 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다. 수사팀이 사건을 인지한 후 절차대로 다른 사건과 똑같은 기준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수사본부의 자세한 수사상황은 보고받지 않으려고 한다.”

-김영란법, 즉 청탁금지법 위반 사범에 대한 처벌 기준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탁금지법을 위반해 처벌되는 사례가 제법 있다. 똑같은 기준으로 조치할 계획이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집회·시위 관리도 중요할 것 같다.

“국회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때부터 법과 원칙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법집행이 얼마나 공정하냐는 판단은 수사와 집회·시위 대응에서 가장 예민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8·15 이후부터 대형집회가 시도됐고 경찰은 동일한 기준으로 대응해왔다. (지난 3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대응은 지난해와 같았다. 통상적으로 주최 측이 집회·시위 장소를 신고하면 경찰이 금지통고를 하고 주최 측이 법원에 판단을 물었는데 이번에 민주노총은 그것도 하지 않았다. 신고 장소가 아닌 종로3가 부근에서 기습적으로 불법집회를 하기도 했다.”

-사안이 어느 정도 심각하다고 보는지.

“상당히 심각하다고 본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을 위반했고 일반교통방해 혐의도 있다.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가 원칙대로 철저하게 수사해 엄정 조치할 것이다.”

-남은 임기 1년 동안 포부가 있다면.

“한국 경찰도 이제 존중받을 수준은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찰에 대한 평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고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신뢰도 조사에서는 항상 꼴찌 수준이다. 이를 바꿔보고 싶다. 미국 예일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역 범죄감소율이 20~30%를 기록해도 경찰 신뢰도는 4% 정도 오르는 데 그친다고 한다. 신뢰도를 높이려면 공감받을 수 있는 경찰 활동에 중점을 둬야 한다. 경찰관들 한명 한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존중과 사랑은 물론 존경받는 경찰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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