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이종권 고문치사' 가해자 경기도 산하기관 상임이사로 임명읽음

이보라·조문희·유희곤 기자
정의찬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정의찬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가짜 대학생을 ‘경찰 프락치’로 의심하고 집단폭행·고문해 사망케 한 가해자가 지난 4월 경기도 산하기관 임원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명권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다. 다른 경기도 산하기관에서도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경찰관이 이사로 취임해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사장에 내정했다 보은인사 등으로 논란이 된 경기관광공사 인사뿐 아니라 다른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도 부적격 인사를 해 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당 임원은 경향신문 보도 직후 사표를 냈다.

2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1997년 전남대에서 발생한 ‘이종권 고문 치사’ 사건에 관여한 혐의(상해치사)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정의찬씨(49·사진)가 지난 4월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월드컵재단) 사무총장(상임이사)에 취임했다. 월드컵재단 임원은 공개 경쟁모집을 거쳐 선출되며 이사장인 경기지사가 임명한다.

당시 판결문과 검찰 수사 결과 등을 보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남총련)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이던 정씨 등 남총련 간부 6명은 전남대 학생 행세를 하고 다닌 25세 이종권씨를 1997년 5월27일 사무실로 끌고 갔다. 이들은 이씨에게 ‘경찰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학내에 침투한 후, 학생 신분을 가장해 동아리에 가입하고 시위에 참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생운동 간부들에 대한 정보를 경찰관에게 넘겨줬다’는 취지로 진술하라면서 길이 40㎝ 가량의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하고 고문했다. 이씨는 다음 날 오전 3시10분쯤 사망했다.

법원은 당시 정씨 등이 개최 예정인 남북공동투쟁 결의대회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도가 저조하자 학생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반전을 시도할 계획을 강구했다고 봤다. 정씨는 1998년 2월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200만원, 자격정지 3년을 선고 받았다. 1998년 6월 2심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됐고 2002년 특별사면·복권됐다. 이후 정씨는 더불어광주연구원 사무처장, 경기도지사 비서관, 광주 광산구청 열린민원실장, 월드컵재단 관리본부장 등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행 법에 따라 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범죄경력을 조회한 결과 ‘해당없음’을 통지받아 이 지사와 경기도는 해당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면서 “정씨가 (언론보도 후)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정씨는 경향신문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수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고위경찰 박모씨(59)가 지난해 11월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 이사로 취임한 것도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씨는 2012년 4월 한 기업가로부터 41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2013년 7월 징역 2년6월형이 확정됐다. 그는 2015년부터 경기지역화폐 운영대행사인 코나아이 중국법인장(부사장)을 지냈는데 경상원은 지역화폐 사업을 총괄하면서 운영대행사를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박씨는 2009년 용산 참사 당시 경찰청 홍보담당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종권 고문 치사’ 사건을 수사했던 광주 북부경찰서가 1997년 6월21일 전남대 학생회관 일대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KBS뉴스 갈무리.

‘이종권 고문 치사’ 사건을 수사했던 광주 북부경찰서가 1997년 6월21일 전남대 학생회관 일대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KBS뉴스 갈무리.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