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 잡고 30시간 버텼다" 독도 인근 어선 전복사고 생존자 증언...선장은 숨진채 발견

최승현·박준철 기자
해경 특수구조대원들이 21일 오전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가운데 독도 북동쪽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해경 특수구조대원들이 21일 오전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가운데 독도 북동쪽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지난 19일 밤 독도 북동쪽 168㎞ 해상에서 발생한 울진 후포선적 통발어선의 전복 사고와 관련,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경이 32시간 만에 선박 내 조타실에서 숨져 있는 선장 박모씨(62)를 발견했다. 또 수색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어선이 인근 해상에 표류중이던 중국인 선원 2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통발어선 탑승자 9명 중 6명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해경은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사고 선박 내에 잠수사 14명을 투입해 선체 수색에 나선지 1시간만인 오전 7시 34분쯤 어선 내 조타실에서 숨져 있는 선장 박씨를 발견,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시신을 주소지인 포항으로 이송하고 있다.

앞서 수색작업을 돕고 있는 민간어선이 이날 오전 7시 21분쯤 인근 해상에서 표류하던 중국인 선원 2명을 구조했다. 해경은 헬기를 이용해 이들을 울릉 의료원으로 이송해 치료중이다.

구조된 중국인 선원 2명은 저체온증 이외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인 선원 2명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 그물 위치 등을 표시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부표를 잡고 30여 시간 동안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해경 소속 경비함정인 5001함이 20일 독도 북동쪽 168㎞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에 탑승하고 있다가 실종된 선원들을 찾기 위해 조명탄을 이용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동해해경 소속 경비함정인 5001함이 20일 독도 북동쪽 168㎞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에 탑승하고 있다가 실종된 선원들을 찾기 위해 조명탄을 이용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이날 구조된 중국인 선원들은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큰 파도가 덮쳐 어선이 좌현으로 점점 기울어진 상태에서 바닷물이 유입돼 사고가 났다”며 “7명은 해상으로 탈출했고, 선장과 기관장은 선내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이어 “해상으로 탈출한 7명 중 5명은 부표를 잡고 있었고, 이 가운데 3명은 구명환을 착용했으나 2명은 미착용 상태였다”며 “나머지 2명은 부표를 잡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 선원들의 진술로 미뤄 울진 후포선적의 72t급 홍게잡이 통발어선인 A호는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독도 북동쪽 168㎞ 해상에서 전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지난 20일 오전 11시 18분쯤 사고지점 인근을 지나던 상선의 선원들이 전복된 A호를 발견해 일본 8관구에 신고 했다. 사고지점은 한일 중간수역이다.

사고 선박에는 한국인 3명과 중국인 4명, 인도네시아인 2명 등 9명의 선원들이 탑승해 있었다. 선내에는 경유 1.2㎘가 적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전 독도 북동쪽 168㎞ 해상에서 전복된 72t급 홍게잡이 통발어선인 울진 후포선적 A호 옆에 구명벌 1정이 떠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하지만 구명벌은 텅빈 상태였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20일 오전 독도 북동쪽 168㎞ 해상에서 전복된 72t급 홍게잡이 통발어선인 울진 후포선적 A호 옆에 구명벌 1정이 떠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하지만 구명벌은 텅빈 상태였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일본 해상보안청은 신고를 접수한 직후 소속 선박(PL-91)을 사고현장으로 보내 수색을 벌이는 한편 지난 20일 오후 2시 24분쯤 어선 전복 사실을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통보했다.

해군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함정 6척과 헬기 3대, 항공기 2대, 민간어선 2척, 어업지도선 2척 등 동원해 사고 현장 주변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해상보안청 함정 1대도 수색을 돕고 있다.

사고 해역 좌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사고 해역 좌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사고 현장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초속 10∼12m의 바람이 불고 2.5∼3m 가량의 높은 파도가 일고 있다. 후포선적 A호는 지난 16일 새벽 3시 11분쯤 울진 후포항에서 출항해 1주일 가량 조업을 한 후 오는 23일 후포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A호는 지난 19일 오후 2시 48분쯤 “독도 북동쪽 300㎞ 지점에서 조업중”이라고 해경측에 보고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

해경 관계자는 “21일 오후 2시부터 3차 수중 수색을 시작해 기관실 등을 정밀 수색했으나 다른 선원들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야간에도 함정과 헬기 등을 동원해 해상 수색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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