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소화약제 사고 소화설비 ‘수동 작동’ 당시 특정인 현장 체류 확인읽음

민서영 기자
23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데이터허브센터에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가 발생해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이후 중앙구조단 소방대원들이 화학복을 착용한 채 사고 현장에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데이터허브센터에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가 발생해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이후 중앙구조단 소방대원들이 화학복을 착용한 채 사고 현장에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금천구 공사 현장 소화약제 누출 사고 당시 해당 설비 ‘수동 조작’ 버튼 주변에 특정인이 머문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인물이 고의로 스위치를 작동해 가스를 누출시켰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수동 조작 버튼 주변 사람 확인…고의·과실 여부 수사”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5일 “이산화탄소 설비가 작동했을 당시 해당 시간대에 수동 조작 버튼 주변에 사람이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며 “작동 당시 정황에 대해 고의인지 과실인지 여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식을 통해 밝히겠다”고 밝혔다.

2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사전담반을 꾸린 서울 금천경찰서는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 중이다.

지난 23일 금천구 가산메트로지식산업센터 신축 공사 현장 지하에서 이산화탄소 소화약제 누출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는 화재에 대비해 무게 58㎏, 용량 87ℓ의 소화설비 약 130병이 있었는데 이 중 123병에서 약제가 누출됐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50세 남성과 45세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호흡기에 중상을 입은 2명 중 1명이 25일 새벽에 숨져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중상을 입은 1명과 경상을 입은 17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한 3명은 모두 건물 지하 3층 발전기실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소화설비를 작동시키는 화재경보기의 수동 스위치는 해당 발전기실 출입문 외부에 설치됐다.

경찰은 사망한 3명에 대한 부검을 26일 진행할 예정이다. 같은 날 국과수와 합동 감식도 실시한다.

■빈발하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사고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고의성 여부와 별개로 소화설비가 설치된 작업 현장의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가스계 소화설비의 일종으로, 스프링클러처럼 화재를 진압하는 설비이다. 전기실·기계실 같이 화재를 진압하는 데 물을 쓸 수 없는 곳에 주로 설치한다.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산소의 농도를 낮춰 불을 끄는 원리다. 이산화탄소를 소화약제로 사용한 설비의 경우 대부분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공간에 설치한다.

문제는 평소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공간에서 공사나 작업을 할 때 설비가 오작동하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 역시 데이터센터 공사 현장에서 가스를 분사하는 수동 조작 버튼이 눌려 이산화탄소가 방출됐고, 작업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당 버튼은 덮개에 싸여 있었지만 별도 잠금장치는 없어 아무나 덮개를 열고 조작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사고는 수차례 반복돼왔다. 2015년 경주의 한 호텔 보일러실에서 작업자들이 단열재 제거작업을 하던 중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오작동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8년에는 서울의 주상복합아파트 발전실에서 벽면 작업을 하던 작업자 1명이 사고로 의식을 잃었다. 같은 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도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선택밸브가 이탈하면서 집합관실 밖 이동통로에서 자재를 정리하던 노동자 2명이 숨졌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있는 공간에 사람이 상주하며 작업할 때는 설비의 기동을 정지시키거나, 혹시라도 방출될 때를 대비해 대피 요령을 숙지시켜야 한다”며 “안전 담당자나 화재 감시자를 따로 둬서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의 화재 안전은 별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설비 공간의) 입구의 안내표지판에서 (위험성을) 더 자세히 안내해야 한다”고 했다.

■비싸더라도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 써야

장기적으로는 이산화탄소 소화약제를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스계 소화설비의 소화약제로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가 쓰이는데,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는 인체에 위험성이 덜하다. 그런데도 이산화탄소 약제를 대부분 쓰는 것은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의 가격이 3배 정도 비싸기 때문이다.

공 교수는 “이산화탄소 소화약제를 안 쓰는 게 비용 문제로 어렵다면 단기적으로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 대한 안전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무색무취인 이산화탄소가 방출됐을 때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가스에 색깔과 냄새를 넣는다든지 설비가 오작동했을 때 수동으로 기동을 정지시키는 장치를 설치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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