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블랙리스트 의혹’ 산업부 압수수색···3년여간 묵힌 ‘캐비닛 수사’

유경선·박상영 기자

2019년 1월 자유한국당 고발로 1차 수사

검찰 “환경부 사건 유죄 확정 후 법리 검토”

검찰 마크. 경향신문 자료사진

검찰 마크. 경향신문 자료사진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 장·차관의 산하기관장 사퇴 압박 의혹과 관련해 25일 산업부를 압수수색했다. 신구권력 교체기인 데다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공공기관장 임명권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는 시점에 검찰이 현 정권을 겨냥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인 집권 후 본격화할 수사에 대비해 자료를 확보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정권교체 뒤 대대적으로 전 정권 수사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산업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원전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19년 1월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과 한국전력 자회사 4곳의 사장들이 당시 산업부 장·차관의 압박으로 사표를 냈다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백운규 전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을 비롯해 당시 운영지원과장과 혁신행정담당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단장을 지낸 김도읍 의원은 산업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이들 기관장의 사퇴를 종용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을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사퇴시켰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주장한 공공기관장은 문재도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 김경원 전 지역난방공사 사장, 강남훈 전 에너지공단 사장, 김영민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이다. 이들의 사표는 2018년 5~6월에 수리됐는데, 사표 제출 당시 6개월~1년9개월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었다. 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사장들의 사표도 임기가 1년4개월~2년2개월 남은 2017년 9월 일괄 수리됐다. 당시 산업부는 “부당한 사퇴 압박은 없었고, 당시 임원들이 사표를 자발적으로 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2019년 4~5월 사표 종용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 사장들 중 일부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사표 제출 과정에서 부당한 압박이나 강요가 있었는지 조사했다. 이후 3년여 간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지난 9일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뒤 돌연 수사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현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윤 당선인이 대표적인 적폐로 꼽는 것이 탈원전 정책이다.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참고해 재수사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면서도 “대법원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선고가 확정된 이후 판결문상 법리를 검토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대법원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해 이 중 13명으로부터 사표를 받아낸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산업부는 갑작스러운 검찰의 압수수색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원전 관련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은 제기됐었지만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 의혹 수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던 사건인데 다들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압수수색이 본격적인 원전 관련 수사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권 출범 이전부터 수사가 시작돼 아무래도 위축되는 분위기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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