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인명 사고’ 울산 석화단지…“설비 노후·안전장치 미흡”

백승목 기자

폭발 사고 발생한 SK지오센트릭, 노동자 7명 다쳐 중상

울산서 5년간 화재 등 708건…올해 들어 19명 죽거나 부상

‘노후시설 안전관리 특별법’ 등 제도 장치 마련 목소리

‘잇단 인명 사고’ 울산 석화단지…“설비 노후·안전장치 미흡”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폭발과 화재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노후설비가 많은 데다 업체 측의 안전조치 미흡 등이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 확보와 ‘산업단지 노후설비 안전관리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체계적인 안전관리 같은 종합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SK지오센트릭에서 설비 점검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현장 노동자 7명이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이 공장 내 ‘폴리머 재생공정’의 밸브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압력 과다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20일에도 톨루엔 저장탱크 청소작업 중 내부에서 불이 나 인부 2명이 숨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는 지난 5월19일 ‘알킬레이션’ 제조공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올해 들어서만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폭발·화재로 모두 3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울산시가 발행한 2022년도 시정백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폭발·화재·누출 등 유해물질 사고는 모두 708건 발생했다. 이 기간 동안 부상자만 22명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사망자까지 속출하는 등 인명피해가 커졌다.

울산·미포·온산 등 울산지역 국가산단의 연간 액체 위험물 취급량은 약 2400만㎘에 달한다. 전국 위험물 취급량의 42%를 차지하는 등 재해 발생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량 위험물 제조소 4319곳을 대상으로 일종의 소방안전 점검 활동인 전수검사를 한 결과 2379곳이 ‘불량’으로 나타나 해당 기간의 평균 불량률이 55%에 달했다. 폭발·화재 등은 주로 설비보수를 위해 공정을 멈출 때와 설비 내 잔류한 위험물질 제거 등 충분한 안전조치 없이 보수를 할 때, 보수를 한 뒤 설비를 재가동할 때 등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정지범 유니스트 교수(도시환경공학과)는 “낡은 설비 문제와 함께 설비 가동과 보수 과정의 안전의식 부족 등이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면서 “특히 종합정비 기간에는 평상시 설비를 가동할 때와 상황이 다른 공정별 특이사항이 있는 만큼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노후설비 안전관리 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울산지역 석유화학단지 설비는 1970년대 초·중반에 건설됐다. 이 때문에 이미 40~50년이 경과한 시설이 다수다. 이들 설비는 정기 또는 수시 점검과 보수를 통해 재가동된다.

현장 노동자들이 사고 위험성을 감지할 때 노조와 협의해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은 “사고의 위험은 현장 노동자가 가장 먼저 실감하는 것”이라면서 “안전 확보 차원에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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