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을 스토킹한 끝에 살해한 김병찬(36)이 2심에서 형이 늘어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규홍)는 23일 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그대로 유지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옛 연인인 30대 여성 A씨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0년 말부터 범행 전까지 만남을 피하는 A씨의 집에 무단으로 드나들고 피해자를 감금·협박했다가 네 차례 스토킹 신고를 당한 상태였다. 피해자는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고, 법원은 접근금지 명령 등 잠정조치를 내렸으나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플랫]경찰 “김병찬, 피해자가 스토킹 신고하자 보복살인 계획”
📌[플랫]재판 가도 ‘징역형’ 받는 스토킹범 고작 14%
재판부는 “보복살인이 아니었으며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한 김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접근금지 명령 등을 받고 보복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경찰의 분리조치와 법원의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받고 나서 인터넷으로 ‘칼’ ‘손잡이 미끄러움’ 등을 검색하고, 피해자 직장을 찾아가 ‘출퇴근할 때 찌르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등 협박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어 “모자와 흉기를 구입하는 등 구체적 범행 계획을 세우고 피해자에게 살해를 암시하며 위협한 행위 대부분은 경찰로부터 경고를 받는 등 공권력 개입 후 이뤄졌다”며 “피고인이 원심 선고 직전에 제출한 반성문을 보면 ‘100번 잘못해도 한 번 잘못하면 모든 것이 제 잘못으로 치부되는 게 안타깝다’고 적은 데다, 보복 목적이 없다는 주장을 항소심에서도 반복하고 있어 김씨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 여러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을 고려해도 원심 형량이 다소 가볍다”고 했다.
이날 법정은 김씨가 나타나기 전부터 피해자 가족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재판부가 판결 요지를 설명할 땐 방청석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피해자 어머니는 재판이 끝난 직후 “김씨에게 사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오열했다. 그는 “저만 제 딸을 보낸 게 아니라 다른 부모들도 사랑하는 딸을 잃고 있다”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유가족도 걱정이 된다. 이 나라에서 스토킹 끝에 사람을 죽이는 범인이 안 생기게 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의 동생은 “김씨는 무기징역이 아니어서 언젠가 다시 사회로 나오게 될 텐데, 가족들은 지금과 같은 법과 시스템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언니는 스토킹 신고를 하고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을 받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는데도 이렇게 됐다. 이런 법과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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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기자 hji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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