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상담받다 출동” “예약하고도 못 가”…심리치료 쉽지 않은 소방·경찰읽음

박하얀·윤기은·전지현·김세훈·김송이 기자

불규칙한 근무환경 영향

지속적인 치료 못 받아

“상담일 유급휴가 등 필요”

<b>용산소방서 응원 화환</b> 15일 서울 용산구 용산소방서에 동료 소방관들이 보낸 응원 메시지가 적힌 화환들이 놓여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용산소방서 응원 화환 15일 서울 용산구 용산소방서에 동료 소방관들이 보낸 응원 메시지가 적힌 화환들이 놓여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과 경찰관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지만 빡빡한 근무체계 탓에 제대로 심리 치유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청은 참사 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부터 전날까지 총 1219명에 대해 심리지원을 했다. 용산소방서는 지난 9일 기준 참사 현장에 투입된 150여명 중 90%가량이 상담을 받았으며, 이 중 10~15%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했다.

참사 현장을 관할하는 용산소방서 이태원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은 내부 게시판에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원들은 밤 11시마다 화재 예방 목적으로 골목을 순찰하는데, 참사 현장 인근을 지속적으로 지나다 보니 정신적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참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권영준 소방위는 15일 통화에서 “(참사 당일) 대원들이 벌써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운 좋으면 살 수 있으니 정신없이 열심히 (구조)하는데 계속 쏟아져 나오니 ‘멘붕’이었다”며 “삼풍백화점 참사 때 (기억이) 지금까지도 꿈에 나올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하다는 이야기를 퇴직 선배들에게 들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충격이 소방관들에게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 불규칙적인 근무체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참사가 더해져 스트레스가 가중된다”고 했다.

당일 현장에 있었던 유병혁 소방관은 “상담받다가 출동하고 다녀와서 상담받는 등 상담이 온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며 “(현재 구조로는) 내 트라우마를 없애기 위해 남에게 트라우마를 주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용산소방서는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과의 간담회에서 “직원들이 출동하면서 지속적으로 치료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도 공상(公傷)으로 인정해 짧게는 1개월, 길게는 완치될 때까지 유급휴가를 줬으면 한다”고 의견을 냈다.

경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경찰청은 지난 14일까지 이태원 참사 현장 출동 경찰 1371명 중 263명이 긴급심리지원 상담을 희망했고, 이 중 225명이 한 차례 이상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참사 16일이 지났지만, 현장 출동 경찰 약 19%만 심리지원을 받은 것이다.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는 “그동안 시신을 많이 봐왔는데도 정신건강 상담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긴급심리지원 예약까지 했지만 사건이 계속 들어오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상담을 못 받았다”고 했다. 경찰관 B씨는 “상담일에 공가를 실질적으로 주면 상담을 받기 원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서 간부 C씨는 “근무 중 외부 상담센터에 가면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이 노출되는데 이를 꺼려하는 직원들이 있을까 해서 경찰서 내부에 상담소를 마련했고, 상담 직원 명단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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