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역 무정차’ 참사 4일 전 논의…당일엔 정상 운행, 왜?

이태원관광특구협·용산서·이태원역장 만나 혼잡 대책 언급

서교공 “경찰, 공식 요청 안 해”…경찰 “간담회 때 합의” 맞서

<b>떠나보낼 수 없는 마음…</b>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공간에 20일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붙어있다. 한수빈 기자

떠나보낼 수 없는 마음…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공간에 20일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붙어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용산경찰서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나흘 전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이태원역장 등과 가진 회의에서 인파 대응책 중 하나로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방안을 논의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참사 당일 지하철 무정차는 실행되지 않았다. 경찰은 당시 회의에서 지하철 무정차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경찰이 지하철 무정차를 공식으로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맞서 있다. 20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 자료에는 ‘10월26일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이태원역장 등과 간담회 개최’라며 ‘핼러윈데이 기간 중 지하철역 막차 시간대에 다중 운집으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비 취약시간대 무정차 통과 등 대책 논의’라고 적혀 있다. 이 문건은 용산서가 간담회 전날인 지난달 25일 작성한 경비 계획서다.

서울경찰청이 지난달 26일 작성한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에도 ‘핼러윈데이 주요 행사 지역별 대응방안’ 항목에 ‘이태원 인근 인파 집중으로 과도한 혼잡 발생 시 지하철 무정차 통과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공사와 이태원역 측이 경찰의 무정차 통과 요청을 받고도 무시했다면 부작위에 의한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

다만 10월26일 간담회에서 무정차 통과 대책이 정식으로 논의됐는지를 두고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의 주장이 엇갈린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지하철 무정차 문제가 언급되기는 했지만 이태원역장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태원) 역장님이 먼저 무정차 얘기를 꺼냈다. (현장 관계자들 대부분이) ‘그거 좋은 생각이다’라고 해서 얘기가 됐던 부분”이라며 “(이태원) 역장님 재량에 맡긴다고 얘기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경찰은 간담회 당시 무정차 통과를 추진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사 측은 당시 간담회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경찰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공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경찰과 사전에 무정차 통과 협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공사 내규에 따라 이태원역장이 재량으로 무정차 통과를 결정할 수 있지만, 적어도 경찰의 공식적인 요청을 받고도 무정차 통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건 아니라는 취지이다.

용 의원은 “올해 핼러윈데이에 10만 이상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했음에도 지하철 무정차 통과조차 사전에 결정하지 못한 관계기관 모두 참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경찰과 공사의 ‘네 탓’ 공방을 떠나 공사가 막대한 인파가 몰리던 참사 당일 오후 무정차 통과를 결정했다면 참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