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 동네 절친 2명의 ‘코리안 드림’은 47일 만에 침몰했다

강현석 기자    고귀한 기자

고향서 알고 지내던 선후배 사이

숙소도 어선 생활도 ‘함께’

지난 5일 낮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해상에서 해군과 해경 수색·구조대가 청보호 전복사고 실종자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지난 5일 낮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해상에서 해군과 해경 수색·구조대가 청보호 전복사고 실종자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 ‘청보호’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베트남 선원 2명은 같은 마을에서 자란 ‘선후배’ 사이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같은 날 입국한 이들은 함께 생활하며 같은 배를 탔다가 한국 생활 두 달도 안 돼 사고를 당했다.

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청보호 선원 12명 중에는 베트남 국적 이주 선원인 A(37)와 B(34)가 타고 있었다. 이들 이주 선원들은 모두 실종된 상태다.

24t급 근해통발 어선인 청보호는 지난 4일 오후 11시19분쯤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전복됐다. 배에는 A와 B외에도 한국인 선원 9명,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1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직후 한국인 선원 2명과 인도네시아 선원은 인근 상선에 구조됐다. 뒤집힌 선체 수색에 나선 해경은 이날 한국인 3명의 시신을 선내에서 수습했다.

베트남 국적 A와 B는 한국 선원 4명과 함께 현재까지 실종된 상태다. A와 B는 지난해 12월20일 같은 날 한국에 입국했다. 선원 취업비자(E-10)를 받은 이들은 한국 입국 이틀 뒤인 12월22일 청보호에 탑승하기 위해 선주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A와 B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340㎞ 떨어진 하띤 지역 같은 마을에서 자란 선후배 사이였다고 한다. 이날 목포해경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A와 B의 국내 지인들도 “이들이 고향인 베트남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와 B는 한국 입국 이후 인천에 있는 선주 집에 주소지를 두고 함께 청보호를 탔다. 청보호는 수일 간격으로 서남해안 곳곳을 오가며 장어와 꽃게 등을 잡은 뒤 인근 항구에 입항하기를 반복했다.

최근에도 지난달 30일 목포항을 떠나 조업을 한 뒤 지난 1일 진도 서망항에 입항했다. 지난 2일 서망항을 출항한 청보호는 사흘 뒤 전복됐다.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던 A와 B의 꿈도 47일 만에 캄캄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이주 선원들도 배에 타면 특별조합원으로 선원재해보험에 가입된다”면서 “한국에 가족이 없는 이주 선원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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