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인정받은 이예람 중사…아버지는 여전히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강은 기자

이주완씨 “순직2형으로 결정한 공군, 군 책임 인정한 결과

재판서 전익수 유죄 확정되면 딸 따뜻한 곳으로 보내줄 것”

성폭력 피해를 겪은 뒤 숨진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60)가 12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1층에 마련된 이 중사 추모소에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징계요구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성폭력 피해를 겪은 뒤 숨진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60)가 12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1층에 마련된 이 중사 추모소에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징계요구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예람 중사의 순직이 지난 9일 인정됐다. 이 중사가 2021년 5월21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 1년8개월 만이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20비)에서 근무하던 그는 부대 상관에게서 성폭력을 당한 후 은폐 협박, 2차 가해 등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당시 이 중사는 “조직이 나를 버렸다”는 유서를 남겼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60)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딸이 남긴 이 마지막 문구가 여전히 적혀 있다.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추모소에서 이씨를 만났다. 지난해 11월 말 장폐색이 찾아와 장 절제술을 받은 그는 수술 부위에 여전히 복대를 차고 있었다. 몸무게가 10㎏가량 줄었다고 했다. 부검한 딸의 시신을 마주한 이후 줄곧 자르지 않은 수염도 그대로였다. 이씨는 이 중사 순직 인정을 두고 “예람이의 순직이 인정될 것으로 확신했다”면서 “내 딸이 어떻게 죽었는지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명예 회복에) 초석이 될 만한 결정”이라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딸의 억울한 죽음 이후 아버지의 싸움이 시작됐다. 이씨는 ‘진상 규명’을 외치며 수차례 공식 석상에 나섰고, 2021년 11월에는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위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도 이어갔다. 이씨는 기자와 만나서도 딸의 사망과 관계된 이들의 이름과 혐의를 줄줄이 되뇌었다. 이씨는 “매 순간 나는 수사관이자 검사였고, 재판장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중사 순직 인정을 “전향적인 결정”으로 평가했다. 군인사법상 순직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수행 중 사망하면 순직1형, 국가수호와 안전보장 및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 있는’ 직무수행 중 사망하면 순직2형이다. 국가수호 등과 ‘직접 관련 없는’ 직무수행 중 사망하면 순직3형이 된다.

통상 자해 사망 시 순직3형이 되곤 했으나 지난 9일 공군본부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에서 이 중사는 순직2형으로 인정됐다. 이씨는 “(은폐 협박, 보호조치 미비, 2차 가해 등) 군의 책임을 인정한 결과로 본다”면서 “다만 군인의 순직에 유형을 나누는 법은 향후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중사가 떠난 지 630여일이 지났지만 유족은 여전히 딸의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이 중사의 시신은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이씨는 “전익수(전 공군 법무실장) 재판에서 그의 유죄가 확정되면 딸을 따뜻한 곳으로 보내줄 예정”이라고 했다. 전익수 전 실장은 이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 부실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사 죽음 1년 만에 출범한 특검은 100일간 수사를 이어가 전 실장 등 8명을 기소했다. 이 중 형이 확정된 사람은 성폭력 가해자인 장모 중사(징역 7년)와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하게 협박한 노모 준위(징역 2년)이다.

이씨는 “장례를 치르더라도 관련자들의 재판이 모두 끝날 때까지 수염은 자르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딸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면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딸에게 약속했다고 했다. 책임자들의 죄가 확정되는 날 “예람아, 아빠 이제 그만해도 될까?”라고 물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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