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20대는 국내의 한 과외 연결 플랫폼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과외 플랫폼이 선생님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공개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경찰청과 부산금정경찰서는 이 사건 살인 피의자 정씨(23)가 과외 연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범죄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1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달 26일 중학생으로 보이기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입한 교복을 입고 A씨(20대)의 집을 찾아가 살해했다. 정씨는 사건 발생 이틀 전 한 과외 앱에서 학부모인 척 A씨에게 접근해 “자신의 아이가 방문할 것”이라고 한 뒤 A씨 집에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해당 앱은 과외를 원하는 학생과 선생님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선생님 회원과 학생·학부모 회원으로 구분되며 대면 과외나 온라인 과외로 나눠 학생과 선생님을 연결해 주고 있다. 휴대전화 앱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누구든지 가입하고 검색할 수 있다.
선생님 회원 40여만명, 학생·학부모 회원 120여만명이 가입한 이 앱은 국내 최대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운영자 측도 ‘대한민국 1위 과외 플랫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기위해 선생님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얼굴 사진은 물론 나이와 출신 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대학교, 학과, 학번, 고교성적, 대학합격 유형, 합격전형 형태, 학생증, 거주지역, 수업료 등을 세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혼자 사는 여성’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찾기는 어렵지 않은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도 문제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학부모 회원은 선생님 회원 정보를 볼 수 있으나 선생님 회원은 학생·학부모의 정보를 알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앱에는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난 지난달 31일 오후까지도 숨진 A씨의 신상정보가 그대로 공개돼 있었다. 해당 과외 앱은 경찰이 요청한 뒤에야 A씨 정보를 차단됐다.
윤경돈 신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전 부산경찰청 형사과장)는 “사이트 운영진은 학생·학부모의 선택 폭을 넓히려는 의도에서 선생님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이지만 범죄학적 시각에서는 과도하게 개인정보가 노출돼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