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미신고 영아’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하는 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경기 용인과 인천에서 숨진 영아를 암매장한 사건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6일 경찰이 확인한 전국 출생 미신고 영아 사망자는 총 24명으로 늘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사체유기 혐의로 A씨(40대)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A씨는 2016년 8월7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출산한 딸이 다음 날 숨지자 장례 절차 없이 경기 김포 한 텃밭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인천 미추홀구로부터 출산 기록만 있고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아동 관련 자료를 전달받아 조사한 끝에 전날 오후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사체유기와 관련해 공소시효인 다음달 7일을 한 달 앞두고 체포됐다. 사체유기죄 공소시효는 7년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숨져 그냥 (장례 없이) 땅에 묻으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딸을 묻었다고 진술한 텃밭은 A씨 모친이 소유한 땅으로 파악됐다. A씨는 딸을 낳을 당시 남편과 별거 중인 상태였으며 이후 이혼했다. 경찰은 A씨 전 남편 등을 상대로 아이 사망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관련 혐의점이 나오면 A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용인에서는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들을 살해·유기한 친부가 붙잡혔다. 용인동부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B씨(40대)를 이날 오전 2시30분쯤 긴급 체포했다. B씨는 2015년 3월 태어난 남자아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시점은 출산과 크게 기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범행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B씨는 범행 이후 시신을 인근 야산에 유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B씨가 언급한 장소를 중심으로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에 돌입했다.
경찰은 숨진 영아의 외조모인 C씨(60대)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같은 날 오전 11시30분쯤 긴급 체포했다. B씨의 아내 D씨가 범행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B씨는 D씨에게 아이가 아픈 상태로 태어나 곧 사망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D씨가 아이를 살해한 사실을 인지했는지에 대해선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D씨는 임의동행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5일 오후 2시 기준 전국 시·도청에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664건이 접수돼 598건(사망 10건, 소재 확인 48건, 소재 불명 540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400건이었던 수사 대상 출생 미신고 사건은 하루 만에 198건(49.5%)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8명 더 늘어난 23명으로 파악됐다. 용인 사건까지 합치면 사망자는 24명이 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미신고 영아 유기·살해 사건 피의자들을 보면) 한부모 가정이거나 젊을 때 아이를 가지게 된 경우가 많다. 아마도 정상적인 양육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이미 벌어진 사건을 엄중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여 나간다거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