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철근 뺀 아파트 단속’보다 ‘건폭 수사’ 우선 포상

전현진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향신문 자료사진

‘제2의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단속’에 나선 경찰이 철근 누락 등 부실 시공 범죄보다 지난해 이미 대규모 특진을 내걸었던 건폭 수사를 우선적으로 포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9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경찰청은 상·하반기 나눠 특별단속의 성과를 평가·포상할 때 ‘건설현장 갈취·폭력 분야에 인력을 우선 배정해 수사력 집중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진이나 표창 등 경찰관 인사에 중요한 포상자 정원에 건폭몰이 수사를 우선적으로 배정해 ‘철근 누락·불법 하도급’ 등의 수사는 사실상 뒤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철근 누락 사건 등 안전비리 전반에 대해 특별단속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철근 누락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특진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8일 ‘건폭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6개월 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건설현장 폭력행위를 중점 단속대상으로 관리하되 철근 누락·불법 하도급 등도 병행해 단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건설 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특진 자 90명을 배당하는 등 건폭 수사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당시 검찰에 송치한 4829명(구속 148명) 중 사측 입건자는 한 명도 없었다. 노동자만을 겨냥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를 의식해 올해부터는 사측의 불법행위도 단속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됐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폭넓게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부실시공이나 불법 하도급 업체의 증가, 임금 체불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수사 의지가 있다면 특진도 똑같이 걸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특별단속 이후 다시 불법행위가 확산되는 조짐이 지속적으로 감지됐다”며 “지난해 건폭 관련 수사 규모가 컸기에 올해 수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어 수사력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특진 규모는 아직 미정이지만 지난해보다 많지 않다”며 “부실시공 등의 수사도 중요하며 지방청에서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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