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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경비원 갑질 사망’ 후 모욕죄로 고소당한 경비대장 ‘무죄’

배시은 기자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원들과 대치 선경아파트 경비원들이 지난해 11월28일 서울 강남구 대치 선경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50% 감원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사진 크게보기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원들과 대치 선경아파트 경비원들이 지난해 11월28일 서울 강남구 대치 선경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50% 감원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아파트 관리소장의 갑질을 고발하고 사망한 경비노동자의 동료가 관리소장을 ‘모욕한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지난 14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64)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에서 경비대장으로 일했는데, 지난해 3월 같이 일하던 경비노동자 박모씨가 사망한 뒤 관리소장 A씨를 규탄하는 집회를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열었다. 이씨는 지난해 3월16일 집회에서 “A소장은 구속감, 살인자다. 살인마 A소장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외쳤다. A씨는 이를 두고 이씨를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업무방해, 자살방조죄 혐의로도 고소장을 냈으나 모욕죄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송치됐다.

재판부는 “이씨의 발언은 A씨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나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이 박씨 사망을 업무상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판단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박씨의 사망이 A씨의 ‘갑질’ 때문에 벌어졌다는 여론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구속감’, ‘살인자’ 등의 표현은 범죄를 연상하게 하지만 ‘사람의 죽음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이 있는 사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낼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며 “이 사건 발언의 동기, 경위, 배경 등을 고려했을 때 표현의 정도가 지나치다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 2월7일에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이씨 측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며 무죄 판결을 받게 됐다. 검찰은 지난 20일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씨를 대리한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는 “이번 판결은 표현 당시 당사자들의 인식과 여론을 고려해 정당행위를 인정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고소와 재판이 진행되는 1년 동안 이씨는 실직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는데 검찰이 즉각 항소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씨는 “무죄판결은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A씨는 관리소장으로 버젓이 아파트에서 일하고 있고, 동료들은 아파트 앞에서 집회 중인데 정의가 빨리 실현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박씨는 ‘관리소장 A씨가 부당하게 직위를 강등시켰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박씨 사망 후 동료들은 추모식을 열고 A씨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고 지난해 12월 집단해고됐다. 해고된 경비노동자들은 매주 A씨를 규탄하고 해고된 경비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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