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쿠팡의 코로나19 방역 대책 문제 제기한 직원 해고는 부당”

배시은 기자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권도현 기자 사진 크게보기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권도현 기자

4년 전 쿠팡에서 일하다 해고당한 노동자 2명이 쿠팡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직원들은 4년 전 작업장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사실을 노동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계속 일하게 한 쿠팡에 문제를 제기한 뒤 해고됐다.

서울동부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조용래)는 전날 강민정씨와 고건씨에 대한 쿠팡의 해고는 무효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의 근로 계약에 대한 갱신권이 인정됨에도 쿠팡이 이를 거절한 것은 합리적인 사유가 없으며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인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요구한 것은 근로자의 정당한 활동 범위에 속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쿠팡이 이들에게 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씨와 고씨의 미지급 임금에 선고일까지 연 6%의 이자를 더해 지급하라고 했다. 판결 다음날부터 돈을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적용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노동자들이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쿠팡에 청구한 손해배상 위자료 500만원은 기각했다.

쿠팡은 4년 전 경기 부천시의 신선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계속 일을 시켰다. 당시 확진자는 152명까지 늘었다. 이후 이 사건의 원고인 강민정씨(53)와 고건씨(46)는 ‘피해 노동자 모임’을 만들어 쿠팡에 대책을 마련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이들은 2020년 9월 서울동부지법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이 계속 지연돼 4년 만에 판결을 받았다. 강씨는 지난 2월 대법원에 “재판부가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고 민원을 넣었다. 강씨는 재판 중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기도 했다.

강씨는 “일하던 중간에 승소 소식을 듣고 나와서 혼자 울었다”며 “당시 집단감염된 피해자분들을 위해 지쳐버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 변호인인 조영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라며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안전한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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