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구조 익숙지 않은 일용직 이주노동자들, 탈출구 못 찾고 사실상 ‘막다른 공간에’

김태희 기자

사측 ‘안전교육 소홀’ 의심

내부 구조 익숙지 않은 일용직 이주노동자들, 탈출구 못 찾고 사실상 ‘막다른 공간에’

경기 화성시 리튬 전지 제조 공장인 아리셀 화재 사고로 숨진 노동자 대부분은 출입구 반대편으로 대피하다가 밀폐된 공간에 갇혀 숨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소방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아리셀 공장 화재로 숨진 노동자 23명은 모두 공장 3동 2층에서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찾은 노동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22명은 모두 막다른 벽 앞에서 발견됐다.

3동 2층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위쪽은 생산 통합사무실과 사무실, 아래쪽은 작업장과 샘플 저장실, 연구소 사무실·개발실, 시험·평가실이 배치된 구조다.

전날 오전 10시31분 최초 발생한 화재는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던 작업장 출구 쪽에서 시작됐다. 당시 공장 3동에선 67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는데 이들 중 52명이 2층에 있었다. 노동자들은 당일 공장에서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등의 단순 작업을 했다고 한다. 화재 당시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불은 배터리 하나에서 시작됐다. 작게 피어오르던 연기가 점차 커지며 인근 다른 배터리로 불이 옮겨붙었다. 흰 연기가 실내를 가득 채우는 데 걸린 시간은 15초에 불과했다.

노동자들은 일반 소화기를 이용해 진화하려 했지만, 불길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내 탈출을 시도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공장 정규직이 아닌 일용직 이주노동자였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이 공장 내부 구조에 익숙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22명의 노동자는 작업장 내 1개뿐인 출구가 아닌 반대편으로 향했다. 노동자들이 모여든 공간에는 유리창 5개가 있었다.

그러나 가로 30㎝·세로 40㎝ 크기로 1개를 제외한 나머지 4개는 모두 열고 닫을 수 없는 창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노동자들이 대피한 공간은 사실상 막다른 곳이었던 셈이다. 탈출로를 찾지 못한 노동자들은 유독성 연기 속에서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아리셀 관계자는 “출구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음 출근해도 잘 볼 수 있게 작업장 곳곳에 비상대책 매뉴얼을 비치하고, 정기 안전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재 당시 이들이 대피로를 찾지 못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사측이 안전교육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숨진 이들은)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 용역회사에서 파견된 일용직이 대부분으로, (이들이) 공장 내부 구조가 익숙지 않았던 점도 피해가 커진 요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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