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불나면 치명적”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에 커지는 불안…대책은?

김송이 기자
지난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지난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애 첫차로 전기차 구입을 고민하던 직장인 윤모씨(27)는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소식을 접한 뒤 생각을 바꿨다. 윤씨는 4일 “전기차 한 대가 폭발하면서 그 주변 지하주차장이 전부 타버린 사진을 봤다”며 “전기차 화재는 단 한 번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어서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방과 경찰의 발표를 보면 이번 화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 한 대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갑자기 폭발하며 시작됐다. 불길은 8시간 20분 동안 타올랐고 주변 차량 40대를 전소시키고 100여대를 손상시킨 뒤에야 진화됐다. 아파트 주민 2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아파트 5개동 480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초기에 알려진 것처럼 충전 중이거나 사고로 전기차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멀쩡히 주차 중인 차량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민들이 받은 충격이 컸다.

더구나 지난 6월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리튬배터리 화재가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직후 벌어진 전기차로 인한 대형 화재여서 불안을 더욱 키웠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신형씨(30)는 “화성 화재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른 화재 소식에 놀랐다”며 “리튬배터리로 인한 불이 산업단지뿐 아니라 아파트처럼 도심 어디서나 날 수 있다는 사실에 섬뜩했다. 당장 사는 곳 지하주차장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무섭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재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2023년 72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1만대 당 화재 발생 건수는 2.2건에서 1.9건으로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전기차 화재는 0.4건에서 1.3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벌어진 사고에서 보듯 전기차 화재는 피해와 파괴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화재 예방을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나면 진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커진다. 전기차 화재는 분말 소화기 대신 차량을 통째로 담글 수 있는 이동형 소화수조 등 대형 장비를 통해서 진화할 수 있는데 지하주차장에는 장비 반입이 쉽지 않은 탓이다. 화재 시 리튬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가 환기가 쉽지 않은 지하주차장에 가득 차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전기차를 지상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 권고되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 친환경자동차법은 100세대 이상인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지상·지하를 구분하지는 않았다. 지상주차장을 갖추지 않은 신축아파트가 많을뿐더러 전기차의 지하주차를 금지하면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전기차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하주차장이라고 하더라도 전기차만 주차할 수 있는 구획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차적으로는 전기차 주차 구획을 확실히 한 뒤 그 위에 대용량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셔터 등 차단 시스템과 배기 시스템을 개선해 대응해야 한다”며 “나아가 전기차 관련 안전 의식을 제고하고 안전한 리튬배터리와 장비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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