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에 시달리던 경찰관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경찰청이 20일 현장 근무 여건 개선 방안을 내놨다.
경찰청은 지난 7월30일부터 가동한 ‘현장근무여건 실태진단팀’의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실태 조사에서 제도 변화가 일선 업무 부담을 폭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고소·고발 반려가 폐지되면서 일선 경찰서 통합수사팀이 고소·고발을 모두 접수하게 됐는데, 올해 상반기 접수된 고소·고발 등 사건이 61만8900건으로 전년 동기 44만9285건에 비해 37.6%(16만9615건) 증가했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이런 과도한 사건 처리 업무가 일부 경찰서에 편중된다는 문제점도 확인했다. 업무량 전국 상위 20%인 52개 경찰서는 상반기 1인당 평균 접수 건수가 112.2건이었지만, 하위 30% 77개 경찰서는 59.4건이었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차이가 났다. 지난 2~7월 서울경찰청에서 1인당 신고처리가 가장 많은 지역관서는 172건이었고, 가장 적은 곳은 49건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민원부서는 민원인의 폭언·협박이나 반복 민원이 폭증하면서 문제를 겪었다.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21년 2997건에서 지난해 1만323건으로 늘었다. 반복 민원도 같은 기간 6만3351건에서 8만236건으로 증가했다.
경찰청은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유사 사건은 접수 단계부터 합치는 병합수사를 활성화하고, 시·도경찰청의 전문 수사 부서로 사건을 이관하는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민원상담에 ‘인공지능 챗봇’을 도입해 반복 업무는 자동화·간소화하고, ‘악성민원 대응지침’도 마련할 예정이다.
경찰은 업무량이 많아 기피부서가 된 통합수사팀에 대해서는 성과우수자를 대상으로 특별승진 등 성과보상 방안과 다른 수사부서로 전입 시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균형 있게 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각종 치안지표와 업무량을 분석해 내년 상반기 정기인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경찰관 심리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불필요한 업무 부담은 줄이고 업무처리 방법을 효율화하여 인력을 균형 있게 배치해야 한다”며 “관련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