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세상이 아니어서 미안합니다”…길거리에 ‘쌓이는 슬픔’

강현석 기자

순천 18세 청소년 살해된 장소에 ‘시민 분향소’
이틀간 2000명 찾아…피의자 “만취 기억안나”

30일 전남 순천시 조례동의 한 인도에 살해당한 10대 여성 청소년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글이 쌓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26일 새벽 집으로 돌아가던 청소년이 30대로부터 흉기 공격을 받고 숨졌다. 순천시는 현장에 시민 분향소를 만들었다. 순천시 제공.

30일 전남 순천시 조례동의 한 인도에 살해당한 10대 여성 청소년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글이 쌓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26일 새벽 집으로 돌아가던 청소년이 30대로부터 흉기 공격을 받고 숨졌다. 순천시는 현장에 시민 분향소를 만들었다. 순천시 제공.

“안전한 거리, 안전한 세상이 아니어서 생의 마지막을 거리에서 떠나야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전남 순천시의 한 인도에 ‘시민들의 슬픔’이 쌓이고 있다. ‘무차별 범죄’의 표적이 된 18세 여성 청소년이 꿈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쓰러져 짧은 생을 마감했던 장소다.

30일 순천시 조례동의 한 인도에 설치된 A양(18)의 분향소에는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A양은 이곳에서 지난 26일 오전 0시44분쯤 30대 B씨의 흉기 공격을 받고 쓰러져 숨졌다.

B씨는 친구를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던 A양을 뒤에서 따라가다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 조사결과 A양과 B씨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10대 여성 청소년이 도심 한복판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살해당한 사건에 시민들의 분노가 크다. 순천시는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자 A양의 발인이 진행된 지난 29일 오전부터 사건 현장에 시민 분향소를 만들었다.

분향소에는 하얀 국화 300송이가 놓였고 추모의 마음을 남길 수 있는 메모판도 설치했다. 시민들은 A양이 쓰러졌던 곳에 우유와 초콜릿 과자 등을 두며 영면을 기원했다. 종이 상자에 쓴 추모의 글들도 현장에 쌓이고 있다.

A양의 친구라고 밝힌 한 시민은 “6년 동안 친구로 지내며 우리 참 다사다난했다”면서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 정말 아팠을 텐데 너무 미안해”라고 적었다.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탄식하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길거리가 안전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또 다른 시민은 “거리의 안전, 사회의 안전, 국가의 책임, 시민생명 보호”라고 쓴 추모글을 남겼다.

순천시는 이틀 동안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2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시는 10월1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어린 청소년이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됐다는 사실에 많은 시민들이 안타까워 해 추모공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A양을 살해한 B씨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술을 많이 마셔서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28일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A양의 직접 사인은 ‘과다 출혈’인 것으로 판명됐다.

순천에서 배달 음식점을 운영했던 B씨는 범행 당일 자신의 가게에서 술을 마신 뒤 흉기를 챙겨 거리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흉기로 A양을 3차례나 찌른 B씨는 이를 목격한 시민이 다가오자 도주했다.

그는 도주하면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1㎞떨어진 곳에 버린 뒤 다른 술집에 들러 술을 더 마시기도 했다. 흉기에서는 A양의 유전자가 검출됐으며 B씨도 “평소 식당에서 사용한 칼”이라고 인정했다.

올해 고졸 검정고시를 치러 합격한 A양은 평소 경찰이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전남경찰청은 이날 오후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개최해 B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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