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홍명보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 힘들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홍명보,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대한축구협회 행정에 대해 3주 동안 대대적인 감사를 벌인 뒤 내린 결정이다.
문체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해 중간 발표했다.
문체부는 “홍 감독을 선임하면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했고 면접 과정도 불투명·불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일신상 이유로 그만둔 뒤 잔여 업무를 대신했다. 이 이사는 협회 직원들과 함께 유럽으로 가서 거스 포예트, 다비드 바그너 감독으로부터 계약 조건 등을 청취한 뒤 귀국해 홍 감독을 만나 홍 감독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이 이사가 협상이 아닌 면접을 했고 2,3순위 후보를 바꿔 정몽규 협회장에게 보고한 게 잘못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이어 “정 위원장이 결정한 후보자 순위에 따라 1순위 홍명보 감독을 먼저 만나 선임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정 회장이 이 이사에게 2,3순위를 만나보라고 지시하지 않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느냐’는 질문에 문체부는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결국, 정 회장이 외국인 후보자들을 대면으로 만나보라고 지시한 것, 이 이사가 협회 직원들과 면담과 협상을 진행해 국내 체류 등에 문제가 있는 후보자를 후 순위로 미룬 게 잘못됐다는 뜻이다. 그동안 벌어진 논란에 대한 감사 결과로는 다소 군색하다.
문체부는 홍 감독이 감독직을 수행하는 것을 제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체부는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불법으로 조장한 게 없어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수사를 의뢰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홍 감독 거취에 대해서는 “협회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를 기대한다”며 공을 협회로 넘겼다.
문체부는 클린스만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정 회장 월권 가능성은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클린스만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 회장이 전력강화위원회를 사실상 무시한 채 클린스만을 직접 면접하는 등 개입했다는 게 골자다. 시기적 촉박함과 과정에서 융통성 등을 이유로 삼는 협회 논리는 허술하다.
정 회장은 4선 도전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협회장 선거는 오는 12월 말 또는 내년 1월 초 열린다. 정 회장이 4선에 도전하려면 이달 말까지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 회장은 2020년 3선에 성공한 뒤 공정위원들과 골프 라운드를 했다는 의혹이 국회에서 최근 제기됐다. 게다가 현재 공정위원장은 최근 정부와 극렬하게 대립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상당 기간 관리한 인사다.
문체부는 “현재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는 모두 끝났고 결과를 정리하고 있다”며 “보조금 유용 등 추가적인 부분을 보완해 이달 말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협회에 특정한 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데 대해 “경기 단체 독립성을 존중한다”면서도 “어쨌든 절차적 하자가 있어 국민 여론이 들끓었다. 협회 스스로 여론을 반영해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게 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