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과 함께한 사람들
서울 가산동 기륭전자 농성장에는 지난 5년여간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 한국 사회의 모순과 가능성이 결집된 이 상징적 싸움에는 문화예술인, 종교인, 법조인, 교사, 학생들이 함께했다.
송경동 시인은 지난 몇 년간 시인보다 기륭노조 조합원으로 살아왔다. 2006년부터 농성장을 드나들던 그는 2008년 기륭전자 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아 현장을 지켰다. 조합원들도 ‘가족’으로 여긴다. 송 시인은 지난달 26일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과 포클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이다 추락해 입원 중이다. 발뒤꿈치뼈가 으스러져 인공뼈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기륭 협상 타결은 농성 주체들의 절박함과 그 부름에 응답한 사회적 연대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네티즌 모임 ‘함께 맞는 비’도 기륭 여성 노동자들의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8년 촛불집회를 계기로 결성된 이 모임은 기륭 농성을 지지하는 릴레이 동조단식으로 출발했다. 단식이 끝난 뒤에도 농성장을 잊지 않고 찾았다. 회원 구영수씨는 주말마다 농성장 컨테이너에서 기륭 조합원 자녀들에게 공부를 가르친다. ‘함께 맞는 비’는 김 분회장이 단식을 재개한 지난달 말부터 다시 릴레이 동조 단식단을 꾸려 활동 중이었다.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연대 사업을 나온 학생들이 직장인이 되어 농성장을 다시 찾는 일도 생겼다. 김 분회장은 “2008년 단식 때 찾아온 의대생이 지난달 의사가 되어 건강 검진을 해주러 왔고, 학생으로 현장을 찾았다가 변호사가 되어 다시 온 분도 있다”고 전했다. 기륭 조합원과 현장을 찾은 활동가가 결혼한 커플도 5쌍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