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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뒤 ‘명퇴 거부자 감시 CCTV’ 논란…정부, 3년 만에 KT 현장 조사

김상범 기자

사측 “보안 목적…문제 없어”

KT가 업무지원단 경기지원 11팀 사무실 앞에 설치한 카메라.

KT가 업무지원단 경기지원 11팀 사무실 앞에 설치한 카메라.

노동자 감시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는 의혹을 받는 KT에 대해 정부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5월 KT가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이른바 ‘퇴출 부서’인 CFT팀(업무지원단)으로 발령내고 직원들을 감시했다는 논란을 빚은 지 3년 만이다.

25일 한국인터넷진흥원과 KT새노조(2노조) 등에 따르면, 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보호본부는 지난 20일 KT 의정부지사 내 업무지원단 경기지원11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사무실 출입문 앞 CCTV가 직원 활동과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가리기 위해서다.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인 인터넷진흥원은 개인정보 침해 방지와 개인정보 보호 실태점검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KT는 2014년 4월 직원 8304명을 구조조정한 뒤 같은 해 5월 업무지원단을 신설했다.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 291명이 이곳에 전환배치돼 전국 5개 권역에서 총 41개팀이 구성됐다.

핵심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을 외곽으로 발령내 무선 측정, 모뎀 수거 같은 지원업무를 맡긴 까닭에 KT의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지원11팀에선 신설 한 달 만에 팀 관리자가 직원들의 노조활동 여부와 개인 성향을 분류·기록한 문건이 폭로되기도 했다.

KT는 업무지원단을 만들고 전국 41개팀 사무실 안팎에 CCTV를 설치했다. 이를 두고 “직원 감시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CCTV 설치 때 업무지원단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조사가 이뤄진 의정부지사의 경우, 다른 부서들이 있는 층의 CCTV는 엘리베이터·계단 등 청사 시설물을 폭넓게 비추는 반면 업무지원단 사무실 앞 CCTV는 직원들이 오가는 출입문만 비추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직원 ㄱ씨는 “청사 시설관리와 보안 목적으로 설치된 다른 CCTV들과 달리, 이 CCTV는 인터넷으로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원격감시하는 것도 가능하며 모니터링 화면도 (다른 CCTV와) 따로 설치돼 있고 영상기록도 별도로 관리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ㄱ씨를 비롯한 업무지원단 노동자들의 신고로 이뤄졌다. 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은 “개인정보를 수집 또는 이용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수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CCTV가 설치된 후 두세 차례 서울·전북 등에서 일하는 새노조 조합원들이 행안부를 통해 CCTV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했으나 KT는 줄곧 거부해왔다.

KT 관계자는 “시설안전과 보안, 사고예방 등 일반적인 목적으로 설치된 CCTV”라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전자장비로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사용자가 지켜야 할 것과 개인정보를 침해당한 노동자의 구제 절차를 발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사업장 내 전자감시와 관련된 진정과 민원은 441건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지난 19일 사업장 내 노동자 업무·작업 상황 등을 감시할 목적으로 CCTV를 설치·운영할 수 없도록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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