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김용균’

(상)2.6일에 한 명 ‘바다 위 사망’…어선원보험 적용 ‘통계 사각’

김지환 기자

바다 위의 ‘김용균’

‘2.6일에 한 명씩 바다에서 사람이 죽는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이 26일 수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어선원재해보상보험(어선원보험) 통계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매년 140명가량의 어선원 노동자가 사고 혹은 질병 등으로 사망(실종 포함)했다.

어선원보험은 선주가 보험료를 납부하고 재해를 입은 어선원이 보험급여를 받는 어업 분야의 산재보험으로 200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수협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어선원보험 적용을 받는 어선원은 5만3000명가량이다.

현재 어선원보험은 3t 이상 어선은 당연가입 대상이고, 3t 미만 어선은 임의가입 대상이다. 전체 어선의 절반 이상이 3t 미만이고 임의가입 대상은 가입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어선원보험 가입률은 전체 어업인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수협 통계에 잡히지 않는 죽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간 사망자 수는 2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아울러 양식·맨손어업 등 다른 분야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어업 재해율, 전체 산업 평균 10배…보험가입률도 절반 수준
선원들, 재해 원인을 개인 부주의로 인식 사회현안서 배제돼
실제 장시간 연속 노동·열악한 작업환경 탓…중복재해 많아

■ 어선원 재해, 왜 사각지대가 됐나

부경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2월 해수부에 제출한 ‘어업재해 실태조사를 통한 고위험 업종 안전지침 개발’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 어업의 재해율은 5.0%로 전체 산업 평균 재해율(0.54%)의 약 10배에 이른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건설업(0.94%)보다 재해율이 높다. 노동자 1만명당 사망자 수 비율도 어업이 전체 산업 평균보다 16~17배 높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지만 어선원 산업재해가 그간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어선원이 산재보험법이 아니라 어선원보험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재 통계에는 일부 양식 어업인 사례 등이 포함돼 있을 뿐 어선원 재해 숫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어선원들이 어업작업으로 인한 재해의 원인을 개인 부주의, 뱃사람의 운명 등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이 문제가 사회적 현안이 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어업인 10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1%가 재해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라고 응답했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어항연구실장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인의 부주의보다 기계 및 환경요인이 압도적인 사고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어업의 재해율이 높은 이유는 장시간 연속 노동이 이뤄지고, 작업 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박 실장이 지난해 12월20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한 ‘어업작업 안전재해 실태 및 예방을 위한 정책 방향’을 보면, 어업의 평균 조업일수는 연간 212일이다.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 특성상 광업(258일), 운수업(254일), 제조업(252일) 등에 비해 연간 작업일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하루 평균 연속 노동시간은 더 길다. 연근해어업의 경우 8.69시간으로, 노동강도가 매우 높다. 아울러 주로 어선 내 좁고 미끄러운 공간과 파도로 불안정한 해상에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치명적인 부상이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중복재해 비율도 높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수협 어선원보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근해어업 종사자 중 2회 이상 반복해 재해를 입은 사람은 2603명에 달했다. 특히 대형선망 어업에서 최대 9회 중복재해를 입은 사례도 있었다.

■ 근골격계 질환과 전도·끼임사고

어업인에게 가장 많은 질환과 사고는 근골격계 질환과 전도·감김·끼임사고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이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어작업자 건강위해요소 측정 및 어업인 질환·손상 현황 조사’ 보고서를 보면, 어작업 관련 질병 유병률(치료 4일 기준)은 7.5%다. 일반 산업의 질병 유병률 0.05%보다 100배 이상 높다.

이 보고서는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해수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어선·양식어업·나잠(맨몸으로 잠수) 어업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했다. 조사대상은 매년 3000가구였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의 경우 일반 산업은 0.03%(휴업 1일 기준)인데 반해 나잠 어업인은 7.6%, 맨손 어업인은 3.5%, 어선 어업인은 3.7%, 양식 어업인은 2.1%에 달했다. 보고서는 “어업인에게 근골격계 질환이 많은 이유는 작업이 대부분 인체 근력을 요구하고 비자동화돼 신체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치료 4일 이상을 기준으로 어작업 손상률은 어선 어업인 3.7%, 양식 어업인 2.5%, 맨손·나잠 어업인 2.3%였다. 전체 산업 재해율 0.43%보다 매우 높다.

특히 어선 어업인에서 가장 많은 사고 형태는 미끄러지거나 걸려 넘어지는 전도사고(39.5%)였다. 중량물 취급 또는 자세 변화 중 갑작스럽게 발생한 요통 등 사고성 근골격계 질환이 13.3%, 양망기 등 회전체 기계에 손이 끼이는 협착·감김 사고가 12%, 충돌·접촉 사고가 10.2%,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친 추락사고가 7.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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