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노동자 2명 숨졌지만…처벌 못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읽음

강현석 기자

여수 30대 하청업체 직원·광주 50대 여성 ‘기계 끼임’ 사고

두 사업장 모두 50인 미만 기업…‘법 적용 3년 유예’ 해당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가운데)씨가 8일 저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단식농성을 해산하며 울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가운데)씨가 8일 저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단식농성을 해산하며 울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전남 여수의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에서 3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에 끼여 사망했다. 광주의 한 소규모 공장에서도 노동자가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법이 곧바로 시행됐더라도 두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부칙의 ‘3년 유예’ 규정에 따라 처벌 대상이 아니다.

11일 민주노총 전남본부와 여수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0일 여수산업단지 금호티앤엘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씨(33)가 컨베이어에 끼여 사망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주조종실에 있던 금호티앤엘 노동자의 지시로 컨베이어를 점검했다. 금호티앤엘은 오후 7시16분쯤 대형 석탄 저장 사일로의 컨베이어가 멈추자 하청업체에 점검을 요청했다. A씨와 동료가 기계를 점검하고 있던 오후 7시40분 주조종실에 있던 원청 노동자들은 야간근무자로 교대됐다.

이후 오후 8시4분쯤 컨베이어가 갑자기 10초 정도 가동되면서 A씨가 기계에 발이 걸려 석탄 운송장치 깊숙이 끌려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A씨를 기계에서 빼내는 데에만 1시간30여분이 걸렸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11시42분쯤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여수산단 열병합발전소 등에 유연탄 등을 공급하는 금호티앤엘 하청업체 소속으로 적재된 석탄 등의 화재 감시를 위한 순찰과 기계 수리 등을 맡아왔다. 금호티앤엘에서는 2018년 8월에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져 숨졌다.

광주의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도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이날 낮 12시42분쯤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의 플라스틱 재생 사업장에서 노동자 B씨(51)가 기계에 오른쪽 팔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119구조대가 출동했으나 B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금호티앤엘과 광주의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 법은 부칙에 따라 ‘공포 후 1년 뒤’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상시 노동자 50명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3년 뒤’부터 적용받는다.

금호티앤엘은 금호석유화학이 100% 주식을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지만 노동자가 43명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최소 3년 후에나 가능하다. 광주의 플라스틱 공장도 상시 노동자가 10여명 규모로 역시 ‘3년 유예’ 대상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들 사고는 국회에서 후퇴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대부분의 산업재해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고 시행을 3년 유예한 것은 큰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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